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시위와 파업

"의사 몸값만 중요?" 심상찮은 반발…서울대병원 11일 총파업 예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지난해 11월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본관 앞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서울대병원분회(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오는 11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병원이 병원 내 여러 직역 중 의사 임금만 올리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파업이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국립대병원 파업으로도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대병원 노조, 11일 총파업 예고



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에 따르면 조합원 3700여명은 오는 11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파업 찬성률은 95.9%다. 노조는 “지난 7월 11일부터 현재까지 노사 간 단체교섭(본교섭)을 16차례 진행했으나 병원 측이 수용 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은 서울대병원이 참여하는 국립대학병원협회가 공공기관이 받는 인건비 규제에서 의사를 빼달라고 정부에 건의한 게 불씨가 됐다. 노조 측은 “병원 측이 의사직 임금 올리기에만 몰두한다”고 반발했다.

국립대병원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인건비와 정원, 예산 제한을 받는다. 특히 매년 올릴 수 있는 총액 인건비에 제한이 걸리는데, 올해 기준 상한선은 1.7%다. 규제에 묶여 임금 인상률이 낮다 보니 인력 이탈이 심한 편이다.

2021년 전국 14곳 국립대병원에서 퇴사한 의사의 58.7%, 간호사의 54.4%는 근속 기간이 2년 이내로 조사됐다. 한 국립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필수의료 기피 현상으로 관련 과 의사들의 몸값이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 교수와 개원의 월급이 크게 차이 난다. 떠난 동료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인력난 문제 등에 따라 서울대병원이 참여하는 국립대학병원협회는 지난 7월 “총인건비 제한에서 의사직만 해제해달라”며 국립대병원에 대한 기타 공공기관 해제를 요청했다. 이를 두고 노조 측은 직역 이기주의라고 평가한다. 노조 측은 “정부의 총액인건비와 총정원제에 묶여 제대로 된 인력 확충이나 전체 직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임금 인상이 어려웠다”고 주장한다.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의료기사 등 다른 보건의료 관련 직역의 임금 규제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지난해 11월에도 공공성 강화와 인력 충원 등을 주장하며 사흘간 총파업을 벌였다.

한 국립대병원 고위 관계자는 “의사 인건비만 얘기한 건 필수의료 이탈 문제와 맞물려 급한 불을 우선 끄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국립대병원 파업 줄줄이 이어지나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서울대병원(서울대병원·서울시보라매병원) 노조 파업을 시작으로 이번 파업이 의료연대본부 소속 다른 국립대병원 파업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의료연대본부에 소속된 국립대병원은 경북대병원·충북대병원·제주대병원·강원대병원 등이 있다.

한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나머지 병원 파업은 찬반투표를 통해 결정될 텐데 아마 (서울대병원을) 따르는 쪽으로 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7월 보건의료노조 파업 때보다 노조에 소속된 국립대병원이 적어 일단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일부 외래 진료가 늦어질 수 있으나 응급실 등 필수의료 진료에는 차질이 없다”고 말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국립대병원은 교육부 소관인데 기획재정부 통제를 받는 등 실타래가 꼬여 있다. 의료인력 문제 등을 해결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건강보험 노동조합(건보 노조)가 오는 11일부터 본부별 순환 파업에 들어간다고 4일 밝혔다. 직무·성과급제에 반대하고 건강보험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면서다.

사측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보 노조는 지난 6월부터 본교섭 4차례, 실무교섭 12차례를 진행하며 올해 임금협약을 위한 교섭을 진행했으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교섭이 결렬됐다. 이에 따라 노조는 5일 투쟁 선포식을 시작으로 11일 지부별 순환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임금 협약에 진전이 없다면 18일 오후 2시에는 무기한 전면 총파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