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기자 |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자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대출을 늘려 자금난을 해결해온 자영업자들의 상환 능력이 악화하면서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한국은행이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전 분기 대비 9조원 늘어난 1043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개인사업자 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보고 이들의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합산한 결과다.
연체액과 연체율도 오름세다. 올 2분기 연체액은 7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조 늘어 역대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지난해 3분기(3조3000억원)나 4분기(4조1000억원)에 비하면 올해 들어 상승세가 가파르다. 연체율(1.15%)은 2014년 3분기(1.31%) 이후 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소득별로 보면 하위 30%의 저소득층 자영업자 연체율(1.8%)은 2014년 1분기(1.9%) 이후 9년 3개월 만에 최고 기록을 나타냈고, 소득 30~70%의 중소득 자영업자 연체율도 2.2%를 기록해 2019년 4분기(2.4%) 이후 가장 높았다.
신재민 기자 |
비은행권 대출 비중이 커지는 등 대출의 질도 전반적으로 저하되는 모양새다. 2분기 은행권 자영업자 연체율은 0.41%지만 비은행권에선 2.91%로 집계됐다. 전 분기 대비 상승 폭을 봐도 은행권(0.04%포인트)과 비교하면 비은행권(0.37%포인트)이 두드러졌다. 특히 저축은행 연체율은 6.42%로 2016년 3분기(6.91%)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의 비중이 커진 점도 부담이다. 2분기 현재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743조9000억원으로, 1분기보다 약 9%(6조4000억원) 더 늘었다. 전체 자영업 대출의 71.3%에 해당하는 규모로, 역대 최대 비중이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전체 이자와 1인당 평균 연이자는 각 1조3000억원, 73만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자영업자 대출은 다중채무자 비중이 높아 특정 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업권 간 부실 전염도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취약 차주(대출자)와 비은행권 등의 대출 비중이 커지는 등 자영업자 대출의 전반적 질이 저하되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취약 차주에 대해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촉진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정상 차주의 자발적 대출 상환과 부채 구조 전환(단기 일시상환→장기 분할상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금리 시대에 경기 회복이 둔화하면서 향후 전망도 어둡다. 지난 7월 한국경제인협회가 음식점업‧숙박업 등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가 “3년 내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영업실적 지속 악화(29.4%), ▶자금 사정 악화 및 대출상환 부담(16.7%), ▶경기회복 전망 불투명(14.2%) 등의 이유였다.
빚 부담에 허덕이는 건 자영업자 뿐 아니다. 3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GDP 대비 비금융 기업부채 비율은 173.6%로 2017년(147%)에 비해 26.6%포인트 늘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하면서 위험 신호가 곳곳으로 확대될 거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은의 긴축 기조 장기화도 불가피한데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소비 여력이 위축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4일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연준의 고금리 기조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채권 금리가 상당폭 상승하고 있는 데다, 국제유가도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다"며 "국내 금융·외환시장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필요시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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