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00달러 '코앞'...민생·수출기업에 악재
고환율도 수입물가 자극...고유가까지 엎친데 덮친격
지난해부터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고금리·고물가와 높은 부채비율 등 3고(高) 악재에 그간 등락을 거듭하던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까지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진입하며 부담을 더하고 있다. 이른바 '5고' 리스크에 포위된 형국이다.
3일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유종인 두바이유 거래 가격은 지난달 초부터 배럴당 90달러 선을 웃도는 중이다. 올해 연고점 수준(지난달 15일 기준 95.56달러)이 2주 넘게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던 국제 유가는 올 초 70달러 안팎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의 동반 감산 여파로 다시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지난달 27일 배럴당 93.68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8월 이후 13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일각에서는 미국 내 원유 재고 감소 영향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내놓고 있다.
유가 급등은 정부와 기업, 가계에 모두 악재다. 기름을 수입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늘어나면 무역수지와 경상수지가 악화할 수밖에 없다. 정유·조선업계는 유가 상승에 따른 수혜 업종으로 분류되지만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대부분 수출 기업은 제품 원가 상승과 수요 부진 등으로 타격을 입게 된다. 휘발유와 경유 소비 주체인 서민 가계의 어려움도 가중된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90.2로 한 분기 만에 다시 기준선 100을 하회했다. EBSI는 다음 분기 수출 경기에 대한 기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보다 낮으면 경기 둔화로 본다.
고환율(원화 약세)이 장기화하는 것도 문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0개월 만에 1350원대로 올라선 데 이어 1360원을 뚫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상단을 1390원까지 열어 놔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기조를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불안에 달러 강세와 아시아권 통화 약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 우려가 크지 않은 만큼 달러화 약세 반전을 기대하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원화 가치가 절하되면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게 보통의 인식이지만 우리 수출 기조는 정반대 양상이다. 지난해부터 환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1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수요 감소가 이어지는 와중에 고환율로 원자재 수입 가격 수익성이 악화한 탓이다. 지난 8월 수입물가 상승률은 4.4%로 지난해 3월(7.6%) 이후 1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뛰었다. 지난 6월부터는 무역수지에서 소폭 흑자를 내고 있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불황형 흑자'라 마음을 놓을 단계가 아니다.
이와 더불어 실적 악화와 자금난에 시달리는 국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증가로 외화 부채 비율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라 고환율이 대규모 환차손으로 직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주경제=최예지 기자 ruizh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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