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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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수출통제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국도 중국에 대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금지 카드까지 추가로 흔들면서 견제의 고삐를 더 세게 죄고 있다. 중국 정보기술(IT)기업 화웨이가 7나노 반도체 양산에 성공하는 등 기술 자립이 속도를 내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위주인 한국 업체는 일단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
3일(현지시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반도체와 인공지능을 포함한 4가지 핵심 기술이 EU가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국가들에 의해 무기화될 수 있는 위험성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올 연말까지 평가를 마친 뒤 내년에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EU가 추구하는 가치’는 자유주의, 서구식 민주주의 등을 가리키며, 이에 부합하지 않는 권위주의 체제 국가에는 핵심 첨단기술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EU 집행위는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보고 있다. 이는 EU가 반도체 등 민감한 기술을 보유한 회원국의 제3국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아 지난 6월 발표한 경제안보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미국도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로이터통신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르면 이달 초 인공지능(AI)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설비의 중국 수출을 억제하도록 규정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미 상무부는 18나노미터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나노 이하 로직칩(비메모리칩)을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장비나 소프트웨어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 지난번 제재 조치의 허점을 메우고 첨단 장비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추가로 제한하겠다는 게 새 규제의 취지다.
우선 AI 반도체 칩의 수출 통제를 강화한다. 현재 미국 엔비디아는 대중 수출통제에 따라 AI용 고성능 칩인 ‘A100’보다 성능을 훨씬 낮춘 ‘A800’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이 같은 저사양 AI 반도체도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들이 이용하는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도 막힐 가능성이 있다. AI 반도체를 구하지 못하더라도 아마존 웹 서비스(AWS)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우회적으로 강력한 컴퓨팅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내려진 반도체 장비 수출제한도 업데이트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미국·EU가 대중국 제재망을 좁히고 있지만 한국 반도체 업계는 직접적인 타격은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중국에 낸드플래시,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나 AI용 반도체는 만들지 않고 있어서다.
아울러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금지도 한국 기업에 한해서는 ‘무기한 유예’로 가닥이 잡혔다. 미 상무부는 중국 내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공장은 첨단장비를 도입할 수 있도록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해줬는데 오는 11일 기간이 만료된다.
이날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방식’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수출 통제의 무기한 유예를 해 주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VEU는 사전에 승인된 기업에게만 지정된 품목의 수출을 허용하는 포괄적 허가 방식이다. 장비 반입 시 별도로 미국 상무부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아직 상무부의 통보 절차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무기한 유예 방침은 거의 확정된 상황”이라며 “1년마다 ‘연명’ 식의 연장조치를 하지 않아도 된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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