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선정

[예타 프리패스, 특별법] 건전재정 외치는 정부, 거꾸로 가는 국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尹 “선거에서 지더라도 재정 다이어트”

與 내부 “예타 면제는 입법 카르텔” 지적도

전문가들 “올바른 태도 아냐” 우려 목소리

입법영향분석·예타 기준 현실화 등이 대안

헤럴드경제

지난 6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김진·박상현 기자] “국가와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정치권력이라면 선거에서 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건전재정, 좀 더 이해하기 쉬운 말로 재정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윤석열 대통령, 지난 6월 28일 주재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 발언)

건전재정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조항을 담은 특별법들은 꾸준히 발의돼 왔다. 정부는 ‘인기’가 아닌 ‘미래’를 위한 재정건전성을 연일 강조하지만, 국회에선 특혜 법안들이 계속 나오는 셈이다.

3일 국회에 따르면 헌정사상 가장 많은 의원이 발의에 참여한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은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 법안은 여야가 합심해 대표 발의자인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까지 총 261명이 발의에 참여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발의자 명단에 올랐고, 더불어민주당은 전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 법안은 대구와 광주를 잇는 고속철도 건설 사업 추진을 골자로 한다. 영호남 간 교류와 지역 상생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사업은 2020년 국토교통부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대비편익(B/C)이 0.483으로 측정됐다. 통상 B/C가 0.5를 넘으면 사업 타당성이 있고, 1.0이 넘는다면 경제성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경제성뿐만 아니라 사업 타당성도 낮게 평가된 사업에 여야 모두 초당적으로 나선 셈이다.

이 밖에도 ‘남해안권 관광진흥 특별법안’,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등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발의된 예타 면제 조항이 포함된 특별법 13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도 최근 예타 면제 조항을 포함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잇는 동남권 광역철도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헤럴드경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법안들은 윤 대통령이 최근 연일 강조해 온 ‘건전재정’과 거리를 두고 있다. 이에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런 법안들은 사실상 재정을 축내기 위한 국회의 입법 카르텔”이라며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끊어줘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예타 면제 조항을 담은 특별법들에 우려를 보였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예타라는 제도가 있는 이유가 다 있는 건데, 자꾸 이렇게 면제를 해서 안전사고라도 나면 나중에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올바른 태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예타를 면제하겠단 거는 일종의 SOC(사회간접자본)를 계속 퍼주기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지금 건전재정, 긴축재정을 놓고 전쟁을 벌이는데 여당이 발의한다면 자해행위가 되는 것이고, 야당이 한다면 국정 발목 이미지가 축적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만연한 예타 면제 법안 입법시도에 대한 대안으로는 국회 입법조사처가 추진 중인 입법영향분석 제도 도입이 거론된다. 입법영향분석 제도는 10인 이상 동의만 받으면 발의가 가능한 의원 입법도 입법예고와 각종 규제심사, 심의 절차 등을 거치는 정부 입법처럼 사전에 분석 절차를 가지자는 것이 취지다. 분석 대상에 예타 면제 특별법도 포함해 사전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헤럴드경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 임세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예타 기준의 현실화가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법상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건설 공사 사업 등은 예타 대상이다. 이 같은 기준이 24년째 이어지면서 예타 면제 사업의 총 사업비는 매년 수십조원 규모에 달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5년 1조4000억원 규모였던 예타 면제 사업 총사업비는 2019년 36조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후 2021년에는 10조 5000억원으로 감소했다가 올해 22조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이러한 예타 면제와 관련한 법 개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 논의에서 계류된 상태다. 지난 4월 의결된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예타 대상 기준 금액을 현행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국비 지원규모 기준은 현행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여야가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사업을 늘리기 위해 예타 문턱을 낮춘단 지적이 이어지며 법안심의가 잠정 보류됐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24년 전 기준에 묶인 채 면제사업만 늘리기보다, 기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ooh@heraldcorp.com
soho0902@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