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20 (일)

이슈 로봇이 온다

짧은 막대기 같은 이 수중로봇, 헤엄칠 곳은 ‘얼음 위성의 지하 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독 연구진, ‘트리플 나노 AUV2’ 로봇 개발 중

유로파·엔켈라두스 지하 바다 투입 목표

‘수중 생명체’ 발견 여부 주목

2026년 남극 바닷속에서 시험 운항 예정

경향신문

‘트리플 나노 AUV2’ 로봇이 수중을 돌아다니는 상상도. 유로파와 엔켈라두스의 지하 바다에 투입될 예정이다. 2026년에 남극 바닷속에서 시험 운항될 예정이다. 브레멘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목성과 토성 위성의 지하 바다에 투입될 수중 로봇을 독일 연구진이 개발하고 있다. 2026년 시제품을 만들어 지구의 남극 바닷속에서 성능 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지구에서 바다는 생명체 탄생과 서식에 적합한 공간이었다. 이 수중 로봇이 향후 지구 밖 천체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독일 브레멘대 연구진은 최근 태양계 내에 존재하는 특정 위성들의 지하 바다에 투입할 수중 로봇인 ‘트리플 나노 AUV2’를 개발 중이라고 공식 자료를 통해 밝혔다.

AUV2는 길이 50㎝, 지름 10㎝다. 야구 방망이에서 손잡이 부위를 잘라 놓은 듯한 형상이다. 인간이 일일이 통제하지 않아도 부여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알아서 움직이는 ‘자율 운항’ 기능이 있다.

경향신문

목성 위성 유로파의 모습. 표면 온도가 영하 170도에 이를 만큼 추운 곳이지만, 지하에는 목성의 중력 때문에 생긴 바다가 있을 것으로 우주과학계는 보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연구진이 이 로봇을 투입하려고 벼르는 천체는 목성 위성 ‘유로파’다. 유로파는 지름이 3120㎞다. 지구 지름(1만2700㎞)의 4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우주과학계는 유로파 지하 바다의 수량이 지구 바다의 2배에 달할 것으로 본다.

덩치가 지구보다 훨씬 작은데다 햇빛이 약해 평균 표면 온도가 영하 170도에 이르는 유로파에 초대형 액체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목성의 강력한 중력이 유로파를 주무르면서 유로파 내부에 마찰열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때 생긴 마찰열은 유로파 지하의 얼음을 물로 바꿨고, 이 때문에 지하 바다가 생긴 것으로 우주과학계는 본다. 브레멘대 연구진은 AUV2를 유로파뿐만 아니라 역시 지하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토성 위성 ‘엔켈라두스’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구의 사례를 봤을 때 바다는 생명체가 탄생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췄다. 이 때문에 유로파와 엔켈라두스 지하 바다에 대한 탐사가 외계 생명체 발견으로 이어질지 우주과학계는 주목하고 있다.

연구진은 AUV2의 시제품을 2026년 남극 바다에서 현장 시험할 예정이다. 시험 과정에는 두께 4000m짜리 얼음을 뚫고 들어가는 일까지 포함된다. 연구진은 이 두꺼운 얼음을 어떤 방법으로 깰지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로파 표면이 두께 수㎞ 이상의 얼음으로 덮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전에 쓰일 만한 성능을 지닌 굴착 장치가 시연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은 AUV2를 지상과 유선으로 연결한 충전 장치와 함께 남극 바닷속에 투입할 예정이다. AUV2는 충전 장치에서 배터리를 채운 뒤 바닷속을 돌아다니다가 배터리가 방전될 것 같으면 다시 충전 장치로 돌아온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로봇 청소기의 움직임과 비슷하다.

충전 장치는 지하 바다에서 수집한 관측 자료를 지구로 보내는 전송 장치 기능도 겸한다. 연구진은 “AUV2를 수중의 높은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 무슨 옷 입고 일할까? 숨어 있는 ‘작업복을 찾아라
▶ 뉴스 남들보다 깊게 보려면? 점선면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