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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술의 세계

치매 조부 '옛여인' 찾으러 나선 손자…그앞에 나타난 여인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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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볼 만한 영화 vs. 시네필을 위한 영화

추석 연휴가 끝나면 곧 부산영화제다. 4일 개막하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69개국 209편의 공식 초청작에 커뮤니티 비프 상영작 60편까지 총 269편이 상영된다.

중앙일보가 ‘영화의 바다’에 빠져들 관객들을 위한 가이드를 마련했다. 영화제 상영작을 선정한 프로그래머 5인이 딱 한 편씩 꼽았다. ‘가족·친구와 가볍게 볼 만한 영화’와 ‘시네필을 위한 영화’를 1편씩 추천받았다. 한국의 정한석 프로그래머, 아시아의 박선영 프로그래머, 영미권 박도신 프로그래머, 유럽권 서승희 프로그래머, 다큐ㆍ단편에 강소원 프로그래머가 각각 추천 영화와 한 줄 평을 보내왔다.

티켓은 온라인(ticket.biff.kr) 예매 혹은 영화제 기간(10월 4~13일) 중 영화의전당, CGV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와 대영 등에 마련된 BIFF 매표소에서 현장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일반상영작 기준 9000원.






가족ㆍ친구들과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싶다!








'발리우드 러브스토리' (감독 카란 조하르, 인도, 상영시간 169분)



중앙일보

호송 중 탈출한 엄마를 찾아 나선 에밀의 선택은?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공개된 영화 '애니멀 킹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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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사업가 집안 손자 로키(란비르 싱)는 치매를 앓는 할아버지 카날이 그리워하는 여성 ‘자미니’를 찾아주려 한다. 한편 유명 앵커 라니(알리아 비트)는 할머니 자미니가 숨겨 왔던 사랑을 찾아주려 하는데. 조부모의 사랑을 찾아주려던 손주들은 점차 서로에게 빠져들지만…. 이들은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집안의 반대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집을 바꿔 살기로 한다. 발리우드 최고 스타인 란비르 싱, 알리아바트의 화려한 춤과 노래가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진다. 샤룩 칸 주연의 ‘내 이름은 칸’(2010)으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이름을 알린 카란 조하르 감독 연출.

한 줄 추천 평: 말이 필요 없는, 발리우드 스타 감독 카란 조하르와 스타 배우들의 만남! 화려한 춤과 노래, 연기로 무장한 “내가 바로 발리우드” (박선영 프로그래머)






'애니멀 킹덤' (감독 토마스 카일리, 프랑스, 128분)



중앙일보

저스틴 전 감독의 신작 영화 '자모자야'.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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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센터에서는 늑대 인간이나 조류 인간 혹은 멧돼지 인간으로 변한 이들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에밀은 아버지와 함께 호송 중에 탈출한 엄마를 찾아 나서지만, 그에게도 곧 증상이 나타난다. 에밀은 인간과 동물의 세계 중 어디를 택할까? ‘싸우는 사람들’(Fighters, 2014)의 토마스 카일리 감독이 연약하면서도 강인한 동물 인간의 기이한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

10대 소년의 눈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경계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진 이 영화는 2024년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부문의 프랑스 영화 최종 후보작 중 하나로 선정됐다. 서승희 프로그래머는 “올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보자마자 반했다”며 “독특한 SF이면서 어드벤처 영화”라고 추천했다.

한 줄 평: 차별 받는 미국의 슈퍼 히어로 엑스맨에 대한 프랑스식 답변 (서승희 프로그래머)




'바튼 아카데미' (감독 알렉산더 페인, 미국, 133분)



가족이나 이렇다 할 친구도 없이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사는 폴(폴 지아마티)은 미국 뉴잉글랜드주의 한 고교 선생이다. 크리스마스에 학교 기숙사에 남아 있는 학생들을 지도하게 되는데…. 집에 가지 못하게 된 앵거스, 아들과 사별한 기숙사 주방장 메리까지 셋의 외로운 학교 지킴이 생활이 시작된다. 고집스러운 중년 남성과 10대 학생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우정이 코믹하고도 슬프게 그렸다. 미국 거장 알렉산더 페인의 신작.

한 줄 평: 선생님과 제자의 갈등과 우정을 코믹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렸다. 알렉산더 페인의 대표작 ‘사이드웨이’에서 호흡을 맞췄던 폴 지아마티의 환상적인 연기. (박도신 프로그래머)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감독 김혜영, 한국, 102분)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고 혼자 남겨진 고교생 인영(이레)에게 세상은 꽤 살벌하지만, 인영도 만만치 않다. 한국 무용을 하는 인영은 밀린 집세 때문에 쫓겨나자 자신이 속해 있는 예술단에 숨어 생활하다가 깐깐하기로 이름난 예술단 감독 설아(진서연)에게 들킨다.

영화 ‘극한직업’ 조감독, 드라마 ‘멜로가 체질’(2019)을 공동 연출한 김혜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 김 감독은 “육고무를 비롯한 전통 예술부터 새롭게 해석된 퍼포먼스까지, 한국 무용을 배경으로 때로 힘들고 외로운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괜찮다’ 위로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한 줄 평: 엄마를 잃었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당찬 소녀의 세상 일기. 손석구 배우가 따뜻하고 다정한 약사 아저씨로 나온다. (정한석 프로그래머)




'우리들의 공화국' (감독 진지앙, 싱가포르·중국, 107분)



2평도 안 되는 쪽방에서 ‘그들만의 공화국’을 꿈꾸는 에량은 자칭 공산주의자, 남들 보기엔 이상주의자, 실은 터무니없는 몽상가다. 잡동사니로 발 디딜 틈 없는 방은 미지의 청년들로 늘 북적댄다. 제대로 된 앵글이 불가능해 늘 기울어져 있거나 흔들리는 카메라로 현대 중국의 새로운 세대를 가까이 담아낸 관찰 다큐.

한 줄 평: 동시대 중국 히피 세대의 출현을 알리는 힙하고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 중국 영화의 새로운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강소원 프로그래머)




시네필ㆍ영화학도라면 이 정도는 봐야지!








'자모자야' (감독 저스틴 전, 미국·인도네시아, 93분)



중앙일보

신인 감독들의 등용문 역할을 해 온 뉴 커런츠 섹션에서 소개되는 영화 '부모 바보'.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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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 살며 미국 데뷔를 준비 중인 인도네시아 출신 레퍼 제임스.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는 아들(제임스의 형)을 잃은 상처를 갖고 있다. 하나 남은 아들을 위해 모든 걸 헌신하는 그는 앨범을 준비하는 제임스의 매니저를 자처하고 나선다. 사사건건 제임스의 일에 관여하려는 아버지는, 그를 데뷔시키려는 레코드사 입장에서는 성가신 존재다. 제임스는 아버지와 미국 데뷔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선다.

한국계 미국 영화인들의 활약을 짚어보는 특별기획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에 출품된 저스틴 전 감독의 신작. 박도신 프로그래머는 “이번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획의 동기가 됐던 작품”이라고 추천했다.

한 줄 평: 미국에서 래퍼로 성공하고 싶어하는 아들과 그의 아버지의 관계를 통렬하면서도 가슴 시리게 그려낸 휴먼 드라마. 저스틴 전이 왜 미국 독립영화계에서 사랑받는 지 알 수 있다. (박도신 프로그래머)






'메뉴의 즐거움-트와그로 가족' (감독 프레데릭 와이즈먼, 미국·프랑스, 240분)



부르고뉴 지방의 프렌치 레스토랑 ’르 브와 상 포이으(잎이 없는 숲)‘와 4대째 이곳을 지켜나가는 트와그로 가족의 이야기. 다큐멘터리 전설 프레드릭와이즈만 감독의 44번째 작품. 미슐랭 쓰리 스타에 빛나는 식당 내부나 이곳을 찾는 유명인, 완성된 음식은 거장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대신 요리가 손님의 식탁에 놓이기까지의 과정을 묵묵히 카메라에 담는다. 서승희 프로그래머는 “4시간이 한 시간처럼 느껴지는 마술 같은 힘이 있는 영화”라고 추천했다.

한 줄 평: 거장은 카메라 앞에 나서지도, 늙지도 않는다 (서승희 프로그래머)




'강변의 착오' (감독 웨이슈준, 중국, 101분)



1990년대 중국의 한 작은 시골 마을에서 거위를 키우던 노인이 살해당한다. 체포된 용의자는 노인이 거둬준 노숙자. 담당 형사는 현장에서 핸드백을 발견하고, 그 안에 있던 녹음테이프의 비밀을 쫓기 시작한다. 영화는 범인을 잡는 데 집중하는 ’형사물‘이라기보다,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인물들과 조사가 진행될수록 무력감에 빠지는 형사들, 그들을 둘러싸는 습한 안개와 미묘한 분위기를 앞세운다. 이를 통해 정치적 압박과 개혁 개방이 가속화되던 1990년대를 살아가던 개인의 내면 풍경을 보여준다.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초청작.

한 줄 평: 16mm 필름으로 구현한, 어둡고 끈적하고 거친 누아르. 잔혹하면서 유머를 잃지 않는 웨이슈준 만의 스타일이 빛을 발한다. (박선영 프로그래머)




'부모 바보' (감독 이종수, 한국, 1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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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영화 '강가에서'는 딸 하나 마흐말바프 감독의 영화와 연속 상영된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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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엉뚱해 보이는 사회복무 요원 영진, 그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 진현, 또 복지관을 찾는 노인 순례를 둘러싼 이야기. 훈련소에 간 사이 아버지가 부양을 포기했음을 알게 된 영진은진현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풍부한 서사보다는 몇 가지를 반복 재반복하는 독특한 영화다. 이 반복이 매력적인 이미지와 장면들로 술렁이게 되는 것은 영화의 마술. 현대미술을 전공한 이종수(33) 감독의 첫 장편이다. 감독은 “기술적으로 집중도가 높은 사건 위주의 이야기를 만들기보다는 실제 우리 삶에 있을법한 한 조각을 떼어내 영화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 줄 평: 세련된 형식과 기이한 유머로 성취해 내는 매혹의 미니멀리즘(정한석 프로그래머)




'강가에서' (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 이란·영국, 50분)





'아프간 리스트'(감독 하나 마흐말바프, 영국·아프가니스탄·이란, 65분)



*두 편 연속 상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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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를 반추하는 ’강가에서(Talking with Rivers)‘. 카메라를 등지고 강가에 앉아 있는 마흐말바프의 모습 위로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을 인격화한 두 화자의 대화가 보이스오버로 들린다. 형제의 나라로 시작해 숱한 전쟁을 거쳐 탈레반 시대로 이어지는 두 나라의 오랜 역사는 이국을 떠도는 거장의 가슴과 뇌리에 각인돼 있다. 감독은 “과거에는 한 나라였지만 45년 전 아프가니스탄은 소련의 침공을 받았고, 이란에서는 혁명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강가에서‘가 끝나는 지점에서 딸 하나 마흐말바프의 ’아프간 리스트‘가 시작된다. 2021년 8월 미군의 철수로 탈레반의 손아귀로 넘어간 아프가니스탄. 이국에서 이 소식을 접한 마흐말바프 일가는 위기에 처한 아프간 예술가들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한 줄 평: 이란의 살아 있는 전설,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 딸 하나 마흐말바프 감독과 함께 전하는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와 현재. 감동적이고 강력하다. (강소원 프로그래머)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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