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벨빌의 제네럴모터스(GM) 공장 앞에서 진행 중인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에 참여해 확성기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현직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노조 파업시위에 동참했다. 26일(현지시간) 자동차산업 중심지인 디트로이트 인근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현장을 찾은 바이든은 확성기를 들고 “여러분은 급여 인상 및 혜택의 자격이 있다. 잃은 것을 되찾자”고 외쳤다. 이날로 12일째를 맞은 미국 완성차업체 ‘빅3’인 포드·제너럴모터스(GM)·스텔란티스의 사상 첫 동시파업에 따른 손실액은 2조원대로 추산된다. 그런데도 현직 대통령이 파업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다.
이번 파업은 현재 노동시장 위기의 압축판이다. UAW는 4년간 36%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빅3’의 2013~2022년 수익은 92%, 최고경영자(CEO) 연봉은 40% 증가한 반면 노동자 실질임금은 금융위기 이후 약 20% 감소해 박탈감이 커졌다. ‘기술의 충격’도 파업의 원인으로 꼽힌다. 내연차에 비해 부품이 40% 적은 전기차산업이 본격화되면 인력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친환경차 도입 및 ‘탈탄소’라는 기후대응에 일자리를 잃게 된 노동자들이 고용안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심화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도 요구사항이다.
바이든이 파업 현장을 찾은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노동자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 행보’ 성격이 강하지만, 폄훼할 일은 아니다. 전통적으로 미 민주당 출신 대통령은 ‘친노조’였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내 가족의 생계를 보장할 좋은 직업을 원하는가. 누군가 내 뒤를 든든하게 봐주기를 바라는가. 나라면 노조에 가입하겠다”고 했다. 고용불안과 양극화 시대에 노조 없이 노동자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게 현실임을 대통령이 나서서 일깨운 것이다. 노조 조직률이 10.1%(2022년 기준)에 그치는 미국에서 최근 아마존·스타벅스 등에서 청년들 주도로 노조가 싹트고 있다. 이번 파업에 대한 여론의 시선도 나쁘지 않다.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보다 주주배당에만 치중하는 기업에 누군가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노조를 향해 “포기하지 말고 버티라”고 했다. 거대기업이 지배하는 시대, 정치의 문법도 바뀌고 있다.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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