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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추석음식 안 만들래" 선언한 엄마들 많아졌네…전통시장 가보니[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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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7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의 한 전집. 제사상에 올리기 위한 전을 사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선 모습./사진=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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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인절미인 줄 알고 사가셨다가 맛있다고 손자손녀 주겠다고 오신 분들이 많아요."

서울 동작구 사당동 남성사계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김현정씨(37)는 27일 이같이 말했다. 김씨 가게에선 깨·콩 대신 팥앙금과 버터를 넣은 '앙버터 송편'을 파는데 이 송편이 인기가 많다.

김씨의 가게는 추석을 맞아 2주 전부터 가게 매출이 2~3배 늘었는데 그중 단연 인기 품목은 '앙버터 송편'이다. 김씨의 가게를 찾은 10여분 동안에도 인근 상인이 "시어머니한테 선물하겠다"며 한 상자를 사갔다.

추석 연휴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시대가 변화하며 '앙버터 송편' 처럼 추석 음식도, 명절을 지내는 모습도 크게 바뀌었다. 전통시장에서는 이 같은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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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7일 오전 10시 20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가족, 지인에게 명절 선물을 사기 위해 찾은 시민들로 붐볐다. 특히 한 떡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앙버터 송편'은 팥에다 버터가 들어가있어 인기다./사진=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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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상인들은 최근 명절 음식을 손수 준비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20대 며느리와 함께 이날 남성사계시장을 찾은 김모씨(69)는 전을 파는 가게에서 호박전, 동그랑땡을 사갔다. 김씨는 "남편은 옛날 사람이라 밖에서 해온 음식을 안 좋아하지만 올해는 나도 '못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고 밝혔다.

수건 가게도 때아닌 대목을 맞았다. 미국에 사는 조모씨(57)는 이날 낮 2시쯤 서울 중구 남창동 남대문시장의 수건 가게를 찾았다. 1년만에 한국을 찾았다는 조씨는 손녀들을 위해 이 가게에서 수건 5장, 속싸개 2장을 샀다.

조씨가 수건을 사는 사이에도 이 가게 사장 A씨(63)는 해외로부터 걸려온 주문 전화를 받느라 분주했다. A씨는 "명절에는 특히 해외 교민들이 많이 사러 오는데 많이 사는 사람들은 100만원 넘게 사기도 한다"며 "나라마다 사람들 피부결이 다른지 해외 교민들은 한국 제품을 고수하는 편"이라고 했다.

예전처럼 명절을 보내는 이들도 많았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권희수씨는 이날 오후 남대문시장을 찾아 조기를 3마리를 사갔다. 권씨는 "제수용 조기를 보통 7마리 샀는데 올해는 물가가 올라 고민을 많이 했다"며 "제사 음식은 홀수를 맞춰야 해서 3마리를 산 것"이라고 말했다.

생선 가게 사장 B씨는 "오늘은 비도 안 오고 추석연휴 전날이라 평소보다 10배는 팔렸다"며 "가뭄에 단비 내린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명절을 지내는 방법은 제각각이지만 오랜만에 가족들 만날 생각에 들뜨는 마음은 한결같다. 이날 남성사계시장을 찾은 양정오씨(79) 부부는 전복을 들었다 놨다 하며 신중하게 4마리를 골라 사갔다. 부부는 "전복 탕국 끓여서 자식들, 손자손녀들 먹일 것"이라며 "명절은 가족들 입맛대로 마음껏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의미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이승주 기자 gre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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