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서울구치소 밖에서 ‘전쟁은 없어야 한다’ 대외 메시지
‘비이재명계’ 이상민 의원 SNS에는 ‘상민아 기각이란다’ 등 조롱 댓글 쇄도
안민석 의원, SBS 라디오서 ‘차도살인’으로 가결표 규정…“배신의 정치”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고민정 최고위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가 당 내부에까지 작용할 수 있을까.
여야 간 정쟁을 그만두고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도록 하자는 이 대표의 대외 발언이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내부 공격을 멈춰 달라’던 이 대표의 그동안 수차례 당부와도 맞닿은 것으로도 비쳐 체포 동의안 가결 사태에 따른 당내 갈등 봉합 주문으로도 읽힐 수 있다.
하지만 이른바 ‘가결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을 겨냥한 징계 촉구 목소리가 일부 민주당 의원 사이에서 이미 나오는 데다가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도 같은 맥락의 주장이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인 터여서, ‘정치란 언제나 국민의 삶을 챙기는 것’이라던 이 대표 메시지가 당분간 적어도 당내에서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백현동 개발 특혜와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의왕=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앞서 이 대표는 27일 오전 3시50분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 밖으로 나와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실을 명징하게 증명해주신 사법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이 대표는 “늦은 시간에 함께해주신 많은 분들, 그리고 아직 잠 못 이루고 이 장면을 지켜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 먼저 감사드린다”며 “역시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아도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란 언제나 국민의 삶을 챙기고 국가의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것이란 사실을 여야, 정부 모두 잊지 말고 이제는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모레는 즐거워해 마땅한 추석이지만 우리 국민들의 삶은 우리의 경제 민생의 현안은 참으로 어렵기 그지없다”며 “우리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 나라 미래에 도움 되는 존재가 되기를 정부 여당에도, 정치권 모두에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굳건하게 지켜주시고 현명한 판단해주신 사법부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거듭 인사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수사에 어떻게 임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준비된 검은색 차를 타고 치료받던 녹색병원으로 돌아갔다. 지난 26일 오전 10시7분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한 지 약 18시간 만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이상민 의원의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 이상민 의원 페이스북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구속영장 기각 소식이 들린 후 ‘비(非)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에는 곧바로 잇따른 조롱성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이상민 의원 SNS에는 “상민아 기각이란다”거나 “상민아 국민의힘으로 가라” 등 댓글이 이어졌고, 이원욱 의원 SNS에도 “너의 길은 국민의힘이다” 등 화살이 쏟아졌다. 조응천 의원 SNS에도 “국민의힘 끄나풀은 사라져라” 등 반응이 쇄도했다.
특히 당내에서까지 ‘가결파’를 겨냥한 징계의 필요성 등 목소리가 나온다는 점이 주목된다.
안민석 의원은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체포 동의안에 가결표 던진 행위를 일종의 ‘차도살인(借刀殺人·칼을 빌려 사람을 죽임)’으로 규정하고 “배신의 정치이고 용납하지 말아야 할 정치”라고 주장했다.
제1야당 대표의 영장실질심사라는 초유 사태까지 간 상황에서 가결파 색출을 통한 징계와 갈등 해소를 통한 봉합의 두 가지 관점이 있다면서도, 안 의원은 “가결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당원들의 요구가 온당하다고 본다”고 강경 대응 쪽에 은근슬쩍 편을 들었다. 그리고는 “배신의 정치에 대해서 책임을 묻지 않으면 이건 당나라 당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중진의원 모임을 가진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다만, 소위 ‘반란표’를 모두 가려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안 의원은 그 대신에 “이미 가결을 했다고 시인 한 대여섯 분이 있지 않느냐”며 “이 의원님들이 반성을 하지 않는데, 그렇다면 징계가 불가피하지 않을까 생각을 개인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전수조사는 불가능해도 표본으로 드러난 일부 가결파는 당 차원의 징계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풀이된다.
서은숙 최고위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본인 스스로 가결했다고 얘기한 의원들이 계시지 않느냐”며 “그런 분들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그에 상응하는 조치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비슷한 맥락의 주장을 펼쳤다.
이 대표를 검찰의 판단에 맡긴 데 따른 정치적 책임을 염두에 두고서 가결표 던졌다는 점을 밝히지 않았겠냐며, 당사자들이 그에 따른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는 서 최고위원의 주장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