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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5개로 야무지게 플라스틱 블록을 잡아 색깔별로 상자에 집어넣는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사람이 나타나 상자에서 블록을 꺼내자 침착하게 블록을 다시 상자로 집어넣는다. 블록 정리가 끝나자 스트레칭 타임이 이어진다. 왼발로 중심으로 잡고 오른발을 접어 왼 무릎에 갖다댄 채 두 손을 가슴 앞으로 합장한다. 입에서 ‘나마스테’(‘안녕하세요’란 뜻의 인도·네팔어)가 나올 법한 요가 동작이다.
24일(현지 시간) 공개된 테슬라의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옵티머스’의 모습이다. 지난해 9월 처음 공개됐을 땐 걷기조차 힘들어 보였던 옵티머스가 1년 사이 사람을 닮은 로봇으로 진화한 것이다. 한 발로 서는 균형감각, 사람의 손동작을 그대로 재현하는 섬세함, 돌발 상황에도 과제를 완수하는 적응력까지 갖춰 세상을 놀라게 했다. 로봇이 가사도우미로, 공장 근로자로 사람을 대신할 날이 머지않았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 요가하고 생각하는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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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공개된 테슬라 옵티머스의 모습은 너무 자연스러워 일각에선 컴퓨터그래픽(CG)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왔다. 영상을 본 AI 전문가들은 “이미 AI 기술로 가능한 영역”이라며 일상 업무를 수행할 만큼 AI 로봇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사람의 관절 움직임을 빼닮은 몸동작은 카메라 센서로 사람의 행동을 모방해 자체 AI 신경망으로 팔다리의 위치와 움직임을 미세하게 통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테슬라가 옵티머스의 요가하는 모습을 내세운 것도 AI를 통한 로봇공학 발전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테슬라는 “옵티머스는 (수집한) 영상 이미지를 바탕으로 탑재된 신경망을 통해 스스로 훈련하고 행동으로 옮긴다. 팔과 다리를 스스로 계산해 움직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짐 팬 엔비디아 AI 연구원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업계 선두주자)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은 단순한 집게 스타일 손만 가지고 있지만 테슬라 옵티머스는 양손잡이에 다섯 손가락이라 일상 작업에 훨씬 뛰어난 성능을 발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옵티머스가 사람의 방해에도 이미지 센서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작업을 지속한 것은 테슬라 자율주행에 도입된 신경망과 같은 구조라는 평가다.
구글은 대형 언어모델(LLM)과 결합한 생각하는 로봇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올 7월 이전 버전보다 추론에 더욱 강한 로봇 RT-2를 선보였다. ‘멸종된 동물을 집어보라’는 명령을 받으며 카메라 센서로 자기 앞에 놓인 장난감들을 살펴본 뒤, 공룡을 집어 드는 식이다. ‘못을 박고 싶은데 여기 물건 중 망치 대신 쓸만한 게 있을까’라고 물으면 ‘바위’라며 돌덩이를 집기도 한다.
● 머스크 “미래엔 로봇이 사람보다 많아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로봇이 공장에서 일하거나 집사, 가사도우미, 인간의 동반자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테슬라 ‘AI 데이’에서는 이 로봇의 가격이 향후 3∼5년 이내에 2만 달러(2700만 원) 이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옵티머스가 상용화되면 연봉 3000만 원으로 휴가 없이 일하는 ‘로봇 노동자’가 탄생하는 셈이다. 미 클라우드 기업 박스의 애런 레비 최고경영자(CEO)는 X에 “상업용 AI 로봇은 테슬라에 엄청나게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팬데믹 이후 인력 기근이 이어지는 미국에선 로봇만 근무하는 커피숍, 로봇이 운반하는 물류창고 등 로봇 활용이 높아지는 추세다. 뉴욕시에선 야간 순찰 로봇까지 등장했다. 사람과 유사한 휴머노이드도 올해 양산이 시작된다. 미 로봇기업 애질리티 로보틱스는 최근 오레건주에 연간 최대 1만 대의 로봇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 건설을 마치고 곧 대량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머스크 CEO는 지난해 ‘투자자 데이’에서 “미래 사회에선 인간과 휴머노이드의 비율이 일 대 일을 넘어설 것이다. 그런 미래에 어떤 경제가 펼쳐질지 지금은 알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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