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선거구 획정 지연]
선거구획정위원 “참정권-알권리 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인 최준영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일 서울 관악구 획정위 사무실에서 만나 국회가 총선 때마다 선거구 획정을 미루는 문제를 성토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최 교수는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으면 후보자는 공약을 정하기 어렵다”며 “유권자도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할 후보자의 정보를 선거 직전에야 알게 된다”고 말했다.
획정위는 12월 12일 예비후보자 등록일까지도 선거구 획정이 완료되지 않아 이 같은 혼란이 발생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예비후보자는 지난해 총선 지역구를 기준으로 예비후보자 등록을 해야 한다. 예비후보자는 등록 직후부터 지역구에 선거사무소를 마련하고 외벽에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 선거 운동을 할 수 있지만 총선 직전에 자신이 등록한 지역구 경계가 조정될 수 있는 것.
예비후보자들의 혼란은 총선 때마다 반복됐다. 선거구획정위에 따르면 21대 총선 선거구 획정에서는 지역구 253곳 중 40곳(16%)이 조정됐고 해당 지역구 예비후보자는 451명에 달했다. 20대 총선 때는 253곳 중 98곳(39%)이 변경됐다.
공직선거법상 선거구 획정은 총선 1년 전에 완료해야 하지만 국회는 현재 선거구 획정의 첫 단계인 지역구 의원 수 등 획정 기준도 정하지 않은 상태다. 이대로라면 예년과 마찬가지로 총선 40여 일을 앞두고 선거구가 확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역 의원들이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거구 획정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촉박한 선거 운동 기간이 기성 정치인에게는 유리하고 정치 신인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 최 교수는 “현역 의원들은 대체로 일반 유권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도전자들보다 인지도가 높다”며 “선거구가 갑자기 변경되면 현역이 도전자들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선화 획정위원도 “현역들은 의정활동 보고 등을 하면서 자신의 활동을 알릴 수 있는데 신진 정치인들은 그럴 기회가 거의 없지 않느냐”며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새로 정당을 만들거나 처음 정치에 뛰어드는 신진 세력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거대 정당이 신진 정치 세력의 진입을 막는 역효과가 나온다는 것.
선거구 획정 기준 통보가 늦어지면 지역 주민들로부터 의견 수렴을 충분히 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거론된다. 지난 총선 당시 선거구획정위는 2020년 3월 4일 획정 기준을 전달받고 이틀 뒤인 3월 6일 국회에 획정안을 제출했다. 최 교수는 “시한이 촉박하면 인구수 기준이란 단일 기준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며 “인구 감소에 따른 농어촌의 지역 대표성 약화 등을 두루 고려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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