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책 강제할당 후 반품은 제한
총판 계약 해지하며 채무액 통보
일부 지사 “최대 20억 빚더미”
천재교육 “고액채무는 지사장 탓”
총판 계약 해지하며 채무액 통보
일부 지사 “최대 20억 빚더미”
천재교육 “고액채무는 지사장 탓”
9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 천재교육·천재교과서 부스. [사진 출처 = 천재교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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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교과서 점유율 1위 기업인 천재교육이 ‘물량 밀어내기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지역 총판 지사장들에게 계약 종료를 통보하면서 많게는 20억원 이상의 채무 변제를 요구하면서다.
25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천재교육은 지난달 일부 지역 지사장들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채무 확정액을 통보했다.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총판 지사장은 약 5명 이상으로 거래 기간에 따라 지사장들이 갚아야 하는 금액은 최대 2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판 지사장들은 이번 거액의 채무가 천재교육의 물량 밀어내기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재교육에서 책 판매량을 지사로 강제 할당하고, 반품 수량도 20%로 제한했다는 게 지사장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지사장들은 반품 수량 외에 팔리지 않은 재고는 고스란히 채무로 떠안아 각자 수억 원이 넘는 빚만 쌓였다는 것이다.
A 지사장은 “천재교육과 10년 거래하면 10억, 20년 거래하면 20억 빚이 쌓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비매품인 교과서용 도서 또한 지사장들에게 강매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출판사는 통상 학교 선생님들이 참고할 수 있게끔 ‘교과서용’ 도서를 만든다. 이 도서 비용 역시 지사장들이 지급하도록 천재교육이 강요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천재교육으로부터 8억원 채무변제를 요구받았다는 B 지사장은 “비매품인 도서를 총판들에게 강매한 것”이라면서 “이 비용이 더해지면서 빚이 쌓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 업계에서도 이같은 과다 채무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액수라면서 밀어내기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출판사들의 경우 지사장들로부터 지역에 필요한만큼의 책 주문을 받아 공급하고 책이 팔리지 않더라도 반품을 받아준다고 한다. 실제로 다른 출판사들과 장기간 거래했던 한 총판 사장은 “통상 총판 계약을 해지하면 본사(출판사)가 오히려 지사에게 금액을 환급해주는 경우가 있다”면서 “본사가 채무 수억 원을 요구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매일경제가 확보한 녹취록에도 물량 밀어내기 정황이 담겨 있었다. 한 지사장이 “도대체 이렇게 책을 많이 보내면 어떡하냐”고 하자 천재교육 영업부장이 “우리는 본사 방침대로 한 것이다. 순 판매 부수에 20%를 추가해서 공급한 것”이라고 답했다.
천재교육의 갑질 의혹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에도 몇몇 지사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물량 밀어내기를 당했다며 신고한 바 있다. 당시 C 지사장은 2018년 계약 해지를 당한 이후 26억원 채무 변제를 천재교육으로부터 요구받았다. 법정 싸움까지 갔지만 결국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48평 아파트와 강원 지역 땅 약 1만평을 강제집행 당했다. 아내가 이 충격으로 뇌출혈로 쓰러져 현재는 재활하면서 월세방에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천재교육의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천재교육과 거래를 했던 전직 총판장들 중 과다 채무 변제 요구로 집 빼앗기고 배달기사나 아르바이트 등으로 어려운 삶을 사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정확히 10년 전인 2013년 남양유업 밀어내기 갑질 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3년 남양유업 밀어내기 갑질 사태 때 대리점주들을 법률 대리한 차태강 변호사(법무법인 정우)는 “공정거래법 불공정거래행위 중 ‘구입강제행위 내지 판매목표강제행위’, 소위 ‘밀어내기’에 해당할 여지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재교육은 “천재교육과 거래한 극히 일부 지사장들이 최소 십수 년 이상 채권을 유예해 줬음에도 누적해서 수십억 원의 채무를 졌으며, 이마저도 일부만 회수하고 대부분은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부인했다. 이어 “전국 300여개 총판 중 고액 채무를 가진 총판은 극히 일부이고 90%가 넘는 총판은 건실하게 운영하며 성실하게 거래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 의혹에 대해서는 “녹취록의 내용은 회사의 입장과 무관한 개인의 일탈 행위로 천재교육은 총판 지사장이 직접 시스템에 주문물량을 기입하고 본사는 그 물량만큼만 제공하고 있다. 구입강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회사 차원에서 불가능한 일”면서 “2020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계약해지를 압박하면서 판매가능한 범위를 넘어서거나 판매가 불가능한 도서의 주문을 강요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심사 절차종료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반품 수량을 주문량의 20%내로 제한한 계약서에 대해서도 “2021년 법원으로부터 해당 내용이 지사장에게 현저하게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승소판결도 받았다”는 고 했다다. 천재교육은 과거 구입강제 또는 반품이 문제된 25번의 도서대금청구소송에서 모두 승소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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