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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톡]P의 거짓 3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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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박정은 통신미디어부 기자


쓰러지고 또 쓰러졌다. 한 챕터를 마무리하는 보스는 커녕 필드에 배경처럼 자리한 일반 몬스터에게 패배한 횟수도 셀 수 없을 지경이다. 네오위즈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P의 거짓'을 접하고 지금까지 36시간을 플레이했다. 물론 아직 1회차 엔딩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처음에는 기사를 쓰기 위해 일로써 게임을 켰지만, 어느새 진심으로 몰입해 버리고 말았다.

밖에서는 회사를 다니며 일과 사회생활을 하고 집에서는 가사와 육아를 함께한다. 취미로 따로 시간을 내 게임을 온전히 즐기기 어렵기에 휴대용 기기 스팀덱으로 짬짬이 즐기는 정도다. 그런 와중에 게임에 푹 빠졌던 어릴적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국산 게임이 나왔다는게 반갑다. 잡지 부록이나 생일선물로 받은 CD 패키지 게임을 깨고 또 깨며 소중하게 반복 플레이를 하게 했던 싱글 게임에 대한 향수다.

P의 거짓은 네오위즈 라운드8 스튜디오라는 국내 개발진 손에 의해 탄생한 소울라이크 싱글 플레이 게임이다. 국내 게임산업 성장에 크게 일조해 온 온라인이나 모바일 플랫폼이 아닌 PC와 콘솔 시장을 겨냥해 제작됐다. 요즘 대부분 싱글 게임이 보편적으로 지원하는 온라인 멀티 플레이 기능조차 없다. 온전히 게이머 스스로 실력을 키우고 적의 공격 패턴을 파악해 가며 높은 난이도를 체감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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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덱으로 P의 거짓을 36시간 가량 플레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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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전부터 국내외 기대가 컸던 만큼 게임에 대한 반응은 복합적이다. '소울라이크'라는 장르 표현처럼 일본 프롬소프트웨어가 만든 다크소울 시리즈와 유사성이 높아 참신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많이 받고 있다. 게임 플레이를 지치게 하는 높은 난이도와 레벨링 밸런스도 부정적 평가를 늘리는 요소로 지목됐다.

그럼에도 P의 거짓이 국내 게임 산업계에 상징하는 바는 크다. 콘솔 게임에 대한 노하우나 전문 인력,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트리플A급 게임에 첫 도전해 준수한 성과를 올렸다. 매출을 늘리고 이용자 유입을 빠르게 촉진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보다 쉬운 길보다는 게임을 파고들 수록 곳곳에 숨겨진 디테일과 완성도를 게이머가 스스로 찾아가며 느낄 수 있도록 한 점도 인상적이다.

한 해외 웹진은 P의 거짓에 대해 '프롬이 아닌 회사가 만든 소울라이크 게임 중 최고'라는 평을 남겼다. 원조를 제칠 정도로 차별화된 혁신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해당 장르에서 요구되는 완성도와 재미는 차고 넘치게 갖췄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P의 거짓은 글로벌 대형 게임사조차 최근 트리플A급 신작을 출시하며 피하지 못했던 최적화 이슈도 거의 겪지 않고 있다.

콘솔 게임 제작부터 론칭, 안정적 서비스까지 P의 거짓 개발진이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는 우리 게임산업계가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데 큰 자산이 될 것이다. 국내에서도 좋은 콘솔 게임이 나올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기대를 갖게 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도전을 가능케 하는 주요 레퍼런스가 될 것은 물론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게임사가 콘솔을 겨냥한 다양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이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토양이 형성되는 시점이다. P의 거짓은 그 시작점이다. 완성도 높은 웰메이드 게임이라는 수식어가 글로벌 시장에서 'K게임'을 대표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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