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최근 90달러까지 상승
물가 상승 압력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가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은 1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게시된 유가 정보[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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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국제유가가 최근 급등하면서 팬데믹 경기 부양 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는 10개월 만에 배럴당 90달러(브렌트유·두바이유 선물 기준)를 돌파했고 향후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가가 급등하면 당장 물가가 들썩이고 금리 등 각국의 통화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각에서는 경기 불황 속에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된다.
배럴당 90달러 넘어선 유가…"100달러 돌파도 가능"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90.33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물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0.53달러(0.57%) 오른 93.83달러였다.
직전 거래일에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종가 기준 90달러를 넘겼다.
국제 유가는 경제 활동 둔화로 수요가 급감했던 팬데믹 시기에 하락했다가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후 크게 뛰었다.
전쟁 발발 후 여러 차례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했던 유가는 각국의 금리 인상과 함께 원유 수요 감소 전망이 나오면서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OPEC+(플러스) 등의 감산 지속으로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지면서 지난 6월 하순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후 최근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감산 연장 결정을 하면서 공급 감소 우려가 더욱 커졌고 유가는 다시 상승 동력을 얻은 상황이다.
월가 일부에서는 이번 유가 상승세가 더 지속돼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한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유가 들썩이자 물가 상승 압력↑국제유가가 상승하자 소비자물가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 3.4% 올랐는데, 지난 4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지난해 7월 6.3%를 찍은 이후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였다. 특히 지난 6월(2.7%)과 7월(2.3%)부터는 2%대로 오름세가 한풀 꺾인 바 있으나 3개월 만에 다시 3%대에 올라섰다.
물가를 끌어올리는 건 공공요금이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요금은 1년 전보다 21.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기여도를 보면 전기·가스·수도요금이 물가에 0.71%포인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물가 오름폭인 3.4% 중 0.71%포인트를 공공요금이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전기요금 상승 압력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2분기 ㎾h(킬로와트시)당 6.9원을 시작으로 5차례 연속 분기마다 전기요금을 올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말 국회에 ㎾h당 51.6원의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전달했다. 다만 3분기까지의 올해 요금 인상분은 ㎾h당 21.1원에 그친다. 현재의 전기요금 인상 필요분은 달라졌겠지만 지난해 기준으로는 절반도 반영하지 못 한 것이다.
통상 국제유가의 오름세는 최소 3개월에서 최대 반년의 시차를 두고 전력 도매가격을 밀어 올린다. 김동철 신임 한전 사장은 지난 20일 열린 취임식에서 "최근 국제유가와 환율이 다시 급등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정상화는 더더욱 반드시 필요하다"며 요금 인상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WTI유 선물(2023년 11월)[인베스팅닷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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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체감물가에 소비심리 위축공공요금을 시작으로 기름값까지 뛰며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이미 크게 올랐다.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달 1년 전보다 3.9% 상승했다. 상승 폭 자체도 지난 3월 4.4%를 기록한 이후 가장 컸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 가격이 급등하며 체감물가 상승률이 실질물가 오름세보다 더 크게 나타난 것이다. 이에 소비심리는 빠르게 위축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전달보다 0.1포인트 내리며 6개월 만에 하락으로 전환했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는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을 받아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전월보다 0.9% 올랐는데, 두달 연속 상승했다. 생산자물가 오름세에 영향을 준 건 석탄 및 석유제품이 11.3%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고유가에 전 세계 물가가 요동치며 수입물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지난달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4.4% 올랐다. 지난해 3월 7.6% 오른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수입물가가 오르자 무역적자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생산자물가에 수입 물가를 결합한 국내공급자물가는 전월 대비 1.4% 상승했다. 국제유가 추이가 원재료(5.1%)부터 중간재(0.9%), 최종재(1.2%)에 모두 영향을 미친 탓이다.
정부도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모양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번달 경제동향에서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진 요인으로 국제유가 상승을 꼽았다.
KDI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확대되면서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흐름을 일부 제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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