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블룸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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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과 리플 등 주요 가상자산의 가격이 최근 한 달 넘게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세계 3위 거래소였던 FTX의 대규모 코인 매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유지 방침 발표 등 여러 악재가 있었지만,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지 않은 채 안정된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지난 6월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며 급등했지만, 이후 미국 금융 당국이 승인 결정을 연기하면서 상승 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리플은 7월에 증권성 관련 소송에서 승소해 강세를 보인 후 다시 하락해 법원 판결 이전의 가격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던 코인들이 잇따른 악재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은 이른바 ‘바닥 다지기’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연말로 갈수록 고금리와 유가 상승 등 거시경제에 대한 부담이 커져, 현재 2만6500달러 선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이 2만2000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 급등락 거친 비트코인·리플, 최근 한달 넘게 횡보
22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보다 0.1% 오른 360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3500만원대 후반까지 가격이 떨어진 이후 최근 한달 넘게 가격이 3600만원대 안팎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29일 법원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여부를 다시 검토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3700원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틀 만에 가격은 다시 3600만원선 밑으로 떨어지며 ‘반짝 급등’에 그쳤다.
반대로 이달 들어선 미 델라웨어 파산법원이 FTX에 채무 이행을 위해 총 34억달러 규모의 가상자산을 매각하도록 승인해 3400만원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한꺼번에 대규모 코인이 시장에 매물로 쏟아져 가격이 급락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단 며칠 만에 반등하며 바로 3600만원대 가격을 회복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현재의 고금리 기조를 내년에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8월 중순 이후에는 호재도, 악재도 비트코인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리플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7월 13일 SEC를 상대로 한 증권성 소송에서 승리한 후 1100원대까지 치솟았던 리플 가격은 지난달 17일 700원 밑으로 떨어진 후 역시 한달 넘게 6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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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 내년 초 현물 ETF 승인 결정이 ‘분수령’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안에는 큰 폭의 등락을 보일 가능성이 작다고 전망한다. 이미 최근 몇 년 간 지속된 코인 시장 침체로 시장에 남은 투자자들이 한정된 상황에서, 이들이 내년 초로 예정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결정 전까지는 어떤 악재가 돌출돼도 ‘패닉셀(공포심에 자산을 투매하는 현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SEC는 지난달 13일 대형 자산운용사인 아크인베스트가 제출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 승인 심사를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추가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결정을 연기했다. 아크인베스트는 국내에서 일명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가 이끄는 회사다. 미 증권법에서 상장 승인 심사는 최대 240일까지 연기할 수 있다는 규정함에 따라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결정이 내년 1월에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투자은행인 번스타인의 거탐 추가니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말 미국 법원이 SEC에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이 제출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 신청서를 다시 검토하라는 결정을 내렸다”며 “이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출시 가능성이 커진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상자산을 활용한 현물 ETF의 첫 승인 결정이 오는 10월 중순에서 내년 3월 중순 사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가상자산들이 ‘대장주’로 꼽히는 비트코인 가격과 유사하게 움직인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결정이 나올 경우 리플을 포함한 알트코인 역시 반등할 것이라는 게 강세론자들의 분석이다.
◇ “2만2000달러 붕괴” 비관론도… “SEC 맹신은 위험”
반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이 연말로 갈수록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SEC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 불확실성이 강한 상황에서 코인 가격은 금리와 경기 침체 등 거시경제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가상자산 거래소인 QCP캐피탈은 “최근 비트코인 가격 반등은 파산한 거래소인 마운트곡스의 채권 상환 기간이 1년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올 4분기에는 고금리 등 여러 거시경제 리스크와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우려 등이 맞물리며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QCP캐피탈은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2만200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가상자산 분석업체 관계자는 “미국 SEC의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줄곧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일관된 기조를 가진 인물”이라며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가능성을 맹신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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