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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P 배터리를 탑재한 레이EV(왼쪽)와 토레스EVX. 사진=기아,KG모빌리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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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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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국산 전기차의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탑재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산 배터리 사용이 '국부유출'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저렴하고 품질 높은 중국산 배터리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국내 배터리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촉구했다.
22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KG모빌리티(옛 쌍용차)는 오는 11월부터 토레스 EVX의 고객 인도를 시작한다. 중형 전기 SUV인 토레스 EVX는 중국 BYD의 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토레스 EVX의 판매가격은 4750만원(E5)으로, 보조금 적용 시 3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토레스 EVX는 중형급의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하면서도 저렴한 가격, 긴 주행거리(1회 충전시 433km 주행) 등을 갖춰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소형SUV인 코나 일렉트릭의 판매 가격이 4752만원(롱레인지 프리미엄 트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성비가 매우 높다는 평가다.
지난 21일 기아도 경차 레이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레이 EV는 35.2kWh LFP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주행거리 233km를 확보했다. 장거리 주행에는 불리하지만 2775만원(라이트 트림 기준)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했다. 보조금 적용 시 가격은 2128만원(서울 기준)으로, 기존 가솔린 1.0ℓ 모델의 풀옵션 가격(2015만원)과 비슷하다.
곽재선 KG 회장 "저렴한 LFP 배터리 탑재는 최적의 선택"
하지만 일각에선 국산 전기차의 LFP 배터리 탑재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의 성능을 믿을 수 없고,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지난 21일 열린 KG모빌리티의 기자간담회에서도 곽재선 KG그룹 회장에게 비슷한 질의가 쏟아져 나왔다.
이에 대해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배터리의 원산지가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가격과 화재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토레스 EVX의 LFP 배터리 적용은 최적의 선택이라는 게 곽 회장의 생각이다.
당시 곽 회장은 "중국 BYD 배터리가 국산 배터리보다 가격이나 성능이 떨어진다면 당연히 쓰지 말아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는 중국이 우리보다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고, 비싼 가격 탓에 유럽에서 안 팔리면 그게 더 국익에 손해"라고 설명했다.
LFP 배터리는 가격이 비싼 코발트와 니켈을 쓰지 않아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다. 또한 다른 전지보다 충방전 수명이 길고 화재 위험성도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인산철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원재료라 안정적인 공급망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대비 무겁고 에너지 밀도도 낮아 전기차의 최대주행거리가 비교적 짧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셀 제조사들은 모두 NCM 배터리 생산에 집중해왔다. 반면 BYD, CATL 등 중국 배터리업체들은 가격이 저렴한 LFP 배터리를 앞세워 급성장 중이다. 삼성SDI와 SK온은 최근 LFP 배터리 시장 진출을 선언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전문가 "LFP 점유율 지속 확대…대응 늦은 배터리업계가 문제"
전문가들 역시 국산 전기차의 중국산 LFP 배터리 탑재를 나쁘게 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LFP 배터리의 주도권을 중국에 내준 국내 배터리업계의 문제이지, 전기차 제조사 입장에선 당연한 결정이란 얘기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위원은 "현재 전기차 보조금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의 가격이 획기적으로 떨어져야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며 "고급차 또는 고성능차들은 성능이 우선이니 NCM 배터리가 쓰이겠지만 일반 대중모델들에선 LFP 배터리 탑재가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우려되는 건 저렴한 중국산 LFP 배터리의 성능 자체도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LFP 배터리는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오히려 차별화하는 게 힘들다"고 강조했다. LFP 배터리의 생산경험이 많은 중국업체 대비 경쟁우위를 가져가려면 국내 배터리업계의 획기적인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게 조 위원의 지적이다.
또 조 위원은 "단순히 애국심에 호소해서 중국산 배터리 사용을 비판하는 건 무책임한 것"이라며 "LFP 배터리는 재활용이 쉽지 않아 환경문제가 있긴 하지만 NCM 쪽에서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 계속해서 LFP 쪽이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전문가들은 LFP 배터리에 대한 국내 인식변화와 국가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기차 시장의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는 LFP 배터리를 무조건 배척할 게 아니라 국내 산업 육성과 적극적인 문호 개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용현 한국폴리텍대학 부산캠퍼스 전기자동차과 교수는 "보조금이 줄면서 저가형 배터리가 탑재되지 않은 전기차는 소비자들이 선택하기 어려워졌다"며 "이젠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미국과 유럽에도 생산공장을 갖고 있는데 글로벌한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산 여부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의 배터리업체들은 중국이 아닌 선진시장에서도 입지를 크게 넓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을 제외한 CATL의 글로벌 점유율은 27.2%에 달한다. 테슬라와 폭스바겐, 현대차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잇따라 중국산 배터리를 채택한 결과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LFP 배터리의 글로벌 점유율은 2020년 11%에서 2022년 31%로 급증했고, 2024년엔 60%를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김 교수는 "중국이 전기차 분야에서 앞서갈 수 있었던 건 오랜 기간 자국의 테스트베드를 거쳐 품질을 크게 개선한 덕분"이라며 "중국만큼 전기차 산업을 오랫동안 넓게 감당해온 국가는 없다"고 부연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배터리 산업은 이미 가격과 품질 모두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어 "우리나라도 NCM에만 매달리지 말고 다양한 종류의 배터리를 생산해야 하고, NCM 중심의 보조금 정책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완성차업체가 좋은 품질의 저가형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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