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고립 벗어나 세계 무대 복귀하려는 시도
중국, 2011년 이후에도 국교 유지 ‘동아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공항에 도착해 환대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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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에서 반정부 시위대를 잔인하게 진압해 ‘시리아의 학살자’란 비판을 받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20년 만에 중국을 방문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알아사드 대통령 부부는 이날 제19회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중국 항저우에 도착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2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며, 23일엔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참석한다. 이어 베이징으로 이동해 24~25일 추가 회담을 할 예정이다.
알아사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건 2004년이 마지막이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외국을 찾은 적이 드문 알아사드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이례적이며, 그 기간 또한 긴 편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고립에 처한 시리아가 세계 무대로 복귀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24년째 집권 중인 알아사드 대통령은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시민들을 유혈 진압한 독재자로, 이후 내전이 벌어지자 반군과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해 ‘시리아의 학살자’란 악명을 떨쳤다. 12년째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50만명 이상, 난민은 1000만명 이상에 달한다.
지난 8일(현지시간) 시리아 남서부 지역에서 알아사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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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는 지난 2월 6000명 이상의 인명피해를 낸 강진이 발생하자 원조를 매개로 국제사회와 교류를 일부 재개했으며, 지난 5월에는 내전 이후 퇴출됐던 아랍연맹(AL)에 복귀했다. 그러나 아직 성과가 마땅치 않다. 특히 국가 재건을 위한 자금 마련이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과 호주, 캐나다, 및 유럽 국가들은 시리아에 여전히 광범위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최근에는 시리아 남부 지역에서 알아사드 퇴진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시리아의 동아줄이 됐다. 중국은 2011년 이후에도 시리아와 국교를 유지했으며, 알아사드 정부를 비난하는 유엔 결의안에 최소 8차례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시리아는 지난해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중국과 밀착했다. 영국 채텀하우스의 하이드 하이드 연구원은 “알아사드와 시진핑의 만남은 시리아 재건을 위한 도움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넘어서고자 하는 중국으로서도 시리아는 전략적 의미가 있다. 시리아는 적지만 석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중국의 주요 석유 공급국인 이라크와 튀르키예 사이에 위치한다. 특히 중국은 지중해 진출 교두보로 삼기 위해 시리아의 라타키아 항구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의 알프레드 우 교수는 “시 주석은 3연임 이후 미국에 도전할 방안을 찾고 있다. 그가 국제 규범을 어기고 알아사드 같은 지도자를 초청하는 일은 놀랍지 않다”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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