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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사설] 민노총 노숙 시위까지 허용한 법원, 시위 자유만 우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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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가 민노총 금속노조의 국회 앞 1박 2일 노숙 집회를 허용했다. 노숙 집회를 금지한 경찰 처분을 멈춰달라는 금속노조의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법원이 노숙 집회를 허용한 것은 처음이다. 민노총 건설노조원 5000여 명이 서울 광화문 도로를 점거하고 불법 노숙 집회를 한 게 불과 넉 달 전이다. 당시 광화문 주변엔 쓰레기 천지였고, 조합원들은 노상 방뇨까지 했다. 그렇게 될 우려가 큰 노숙 집회를 법원이 아예 허용해버린 것이다.

법원은 “전면 금지하면 집단적 의사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굳이 노숙 집회를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 정작 금속노조는 비가 내리자 노숙 집회를 취소했다. 꼭 필요하지도 않은 노숙 집회를 법원이 허가한 것이다.

우리처럼 집단 시위가 일상화된 나라는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집회·시위가 신고제여서 주요 도로 등 일부 지역만 빼고 신고하면 경찰이 제어할 방법도 없다. 도심 대로를 막고 하는 집회·시위가 일상이 돼 시민들이 겪는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집회·시위 자유가 아무리 기본권이라 해도 다른 사람의 평온한 일상도 그 못지않게 중요한 권리다. 집회 시위의 자유만 우선이고 다른 사람의 일상은 그 때문에 함부로 짓밟혀도 되나.

더구나 지금은 미디어 등을 활용해 얼마든지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민노총 등은 시민들에게 일부러 불편을 줘 주목을 끌려는 방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법원이 이런 시위 방식을 제어하지 않고 도리어 봐준다면 불편을 당하는 국민은 어디에 호소해야 하나. 이번에도 법원은 금속노조 노숙 집회를 허용하면서 “편도 4개 차로 중 3개 차로만 사용하기 때문에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차선 4개 중 3개를 막고 시위를 하는데 심각한 교통 불편을 주지 않는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경찰은 앞으로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집회·시위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평일 출퇴근 시간대 집회·시위에 대해선 제한·금지 통고를 적극으로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법을 개정해야 하거나 판사들 인식이 달라져야 하는데 지금 상태로는 요원한 문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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