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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경찰, 심야 집회·시위 전면 금지 추진…‘집시의 자유’ 억압 비판도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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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불법집회에 엄정 대응하기 위한 ‘집회·시위 문화 개선방안’을 내놨다. 심야시간대 집회·시위(집시)를 전면 금지하고 불법이나 폭력이 우려될 시에는 형사팀을 사전 배치한다는 등의 계획을 밝혔다. 심야시간대 집시로 소음이 발생하면 주민 불편이 크고 공공 안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런 규제 위주의 접근성이 집시의 자유를 억압할 뿐더러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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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경찰청장이 2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집회시위 문화 개선방안 발표 관련 사전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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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21일 ‘공공질서 확립 특별팀’이 관계 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집시 문화 개선 방안이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 관계장관 회의를 통해 확정됐다고 밝혔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시간대 집시를 모두 금지하도록 명문화하는 집시법 개정을 추진하고, 소음 측정 시간은 줄이며 허용 기준은 강화한다. 이 밖에도 드론 채증 도입 등으로 현장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제10조를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이후 야간시간대 집회를 어떻게 관리할지 후속 입법이 없어 ‘입법 공백’ 상태가 계속됐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헌재 결정 이후 공백 상태에서 필요했던 조치”라며 “헌재 결정 취지도 아무 때나 집회를 열어도 된다는 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 자는 시간에 불편을 주는 것도, 집회를 볼 사람도 없는 시간에 집단적 의사표현을 한다는 것도 모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날 기상상황을 이유로 취소되기는 했지만 경찰이 금지 통고했던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심야집회에 대해 법원은 “집단적 의사표현의 자유인 집회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심야집회는 가능하다”며 “법원도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인용했고 심야시간대 소음 관리 등으로 문제 있을 듯해 입법 공백이라 개정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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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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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소음이나 음주 등 부차적인 문제는 집시를 일괄 금지할 게 아니라 이를 막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홍석 변호사는 “예컨대 물류창고 종사자나 심야버스 운행자 등은 심야시간에 의사표현을 할 수밖에 없거나 이때 의사표현을 해야 효과적”이라며 “심야시간대 집회를 전면 금지하면 이들의 주장이 봉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확성기 사용 등 방법 규제로 가능한 일을 집시 자체를 못하게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휴 변호사는 심야시간대 집시로 인한 중대한 사회적인 해악이 발생했는지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입법 공백’이라는 프로엠 자체에 동의할 수 없다”며 “공백이라 하려면 어떤 법이 없어서 큰 사회적인 해악이 있어야 하는데 심야시간대 집회에 관한 규율이 없다고 지난 10년간 그런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어 “심야시간대 집시로 인한 피해가 있다면 소음 규제 등이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인지, 심야시간대 집시 규제 자체가 없어서 생긴 문제인지 구분해야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 역시 심야시간대 집시를 전면 금지하면 때에 따라 집시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밤을 지새우면서 의사표현을 할 때는 항의의 대상이 서울에 있어서 지방에서 상경한 경우나 근무형태로 인해서 심야시간대만 가능한 경우, 또는 이때 집시를 열어야 의사표현에 효과적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상황이 있다”며 “특정 시간이나 장소라고 집시를 다 금지하면 이는 헌재가 일관되게 결정하고 있는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민주노총의 ‘1박2일 노숙집회’ 이후로 적극적인 경찰력 행사만 추진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양 변호사는 “경찰이 정권 향배에 맞춰서 경찰력을 행사하는 것 아닌가 싶어서 대단히 유감”이라며 “정권 색에 맞춰서 경찰권 행사가 달라지면 과거 경찰력으로 인해 사람이 다치거나 무력 충돌이 빈번했던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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