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 브레이커 된 신상폰
■ 팩플 오리지널
팩플 오리지널 |
아이폰15 시리즈가 한국에선 중국·일본보다 최대 20만원 비싸게 출시됐습니다. 삼성 신상폰 값도 만만찮죠. 그야말로 ‘폰플레이션’ 시대입니다.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금 7돈을 들고 다니는 셈입니다. 올 1분기 가구당 월 통신비 지출은 7.1% 늘었는데, 세부항목을 따져보면 오른 건 통신요금이 아니라 스마트폰 가격입니다. 문제는 뭐고 해법은 있을까요?
전 세계 애플 팬들이 기다리던 신상폰 아이폰15 시리즈의 가격은 아이폰14 시리즈와 동일한 799~1199달러(106만~159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그런데 애플코리아가 발표한 국내 출고가를 보면 1년 전보다 환율이 떨어졌는데도 799달러짜리 모델은 지난해나 올해나 똑같이 125만원, 1199달러짜리 제품은 전년과 같은 190만원에 판매한다. 현재 환율은 달러 당 1330원인데 1420원을 적용한 셈이다. 동일한 아이폰15를 미국보다 6~8%(미국 소비세 10%로 계산), 일본·중국보다는 최대 20만원 더 비싸게 사야 한다. 전 국민의 ‘등골 브레이커’가 돼버린 신상폰과 국내 가격 정책을 따져봤다.
애플이 12일(현지시간)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15 시리즈 등 새로운 제품을 공개했다. 왼쪽부터 아이폰15 프로와 프로 맥스. 사진 애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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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가구당 월 평균 통신비 지출은 13만28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늘었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통신 요금이 1.8% 오르는 동안 스마트폰 등 통신장비 지출이 28.9%나 올랐다. 스마트폰 가격이 가계통신비를 끌어올린 주범인 셈이다.
갤럭시·아이폰 최신폰, 200만원 넘어
그간 국내 휴대전화 가격 상승률이 지나치게 높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무소속)은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소비자의 휴대전화 지출 비용 통계를 발표했다. 단말기 출고가에서 공시지원금과 추가 지원금을 제외하고 실제 소비자가 지출한 휴대전화 구매 비용은 2014년 62만639원에서 올해 87만3597원(7월 기준)으로 40.75% 올랐다. 연평균 4%씩 오른 셈인데, 지난 10년간 소비자물가 평균 상승률(1.62%)보다 월등히 높다.
휴대전화 할부금을 빚진 사람 수도 상당하다. 서울보증보험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동통신 단말기 할부금 연체자는 약 167만 명이다. 서울보증보험이 통신사에 대신 지급한 연체금액만 1조2000억원이다. 서울보증보험이 통신사에 할부금을 대납한 경우, 신용정보원에 구매자 연체 정보가 등록돼 신용점수가 떨어지고 여차하면 신용불량자로 등록돼 금융거래 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주로 쓰는 애플과 삼성 프리미엄 모델 가격은 해마다 꾸준히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출시한 갤럭시S23 가격을 S22보다 약 15만원 올렸고, 지난달 나온 갤럭시Z폴드5와 플립5도 전작보다 4만~9만9000원 비싸다. 갤럭시Z폴드5 1TB(246만700원)와 아이폰15 프로맥스 1TB(250만원)의 가격은 모두 2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금 1돈(3.75g) 가격(약 35만원)을 감안하면 최신 스마트폰 한 대가 금 7돈 값이다. ‘폰플레이션(phoneflation, 폰+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휴대전화 가격이 이렇게 계속 뛰는 이유로는 우선 원자재값 인상이 꼽힌다.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카메라 모듈 등 주요 부품 값이 꾸준히 올랐다. 삼성전자 반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상반기 모바일 AP 가격은 전년 대비 30% 뛰었고 카메라 모듈 가격은 14% 올랐다. 급격하게 오른 인건비도 휴대전화 가격 인상에 한몫 했다.
또 소비자들이 고가의 프리미엄폰으로 쏠리면서 특색 있는 중저가 폰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스마트폰의 ‘오버스펙’도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으로 하는 일은 굉장히 제한적”이라며 “제조사들이 혁신 경쟁을 앞세우고 있지만 전작보다 가격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사양을 높이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 통신비 문제를 해결하려면 휴대전화 가격 부담부터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중저가 휴대전화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모토로라·노키아·샤오미 등 외산 중저가 단말기를 국내 시장에 도입하고 통신 3사를 통해 유통한다는 계획이다. 중고폰 시장 활성화 정책도 추진 중이다. 대리점·판매점이 소비자에게 ‘휴대전화 공시지원금의 15%까지만’ 더 줄 수 있게 제한한 추가 지원금의 상한을 최대 30%로 확대하는 법안 개정도 논의된다.
휴대전화 할부금 연체자 167만명
한편 소비자가 통신비를 줄이려면 휴대전화를 바꿀 때 적어도 두세 곳의 유통점을 비교해보고 선택하는 게 좋다. 대리점과 판매점의 추가 지원금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출시 후 석 달 이상 지난 스마트폰은 통신사의 재고 상황과 매출 현황에 따라 공시지원금을 조정하는 ‘밀어내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알뜰폰도 프로모션 요금제의 경우 통신 3사의 비슷한 요금제보다 50% 이상 저렴하다.
스마트폰 구매 당시 할인을 받기 위해 일정 기간 고가 요금제를 써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약정 기간이 끝난 후 선택할 요금제가 중요하다. 일단 저렴한 요금제를 쓰다가 데이터가 모자랄 경우 조금씩 단계를 높여 가는 방식이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50만원 이하 중저가폰 가운데도 기본에 충실한 제품들이 여럿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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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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