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기인 유니언잭과 유럽연합(EU) 기가 교차해 펄럭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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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의 두 축인 프랑스와 독일이 EU를 탈퇴한 영국에 새로운 제안을 내놨다. 'EU 라이트'(lite)라는 새로운 멤버십을 제시한 거다. 현행 EU 체제와 달리 각국 상황에 맞춰 활동 범주와 참여 수준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최근 EU 탈퇴(브렉시트·Brexit)를 후회(Regret)하는 '브레그렛(Bregret)' 정서가 확산된 영국엔 이 제안이 EU와의 협력 관계를 다지고, 브렉시트에 대한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출구 전략'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9일(현지시간) 가디언과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프랑스·독일 정부가 용역을 발주해 12명의 주요 학자, 법률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단체에서 이날 EU 라이트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가 밝힌 EU 라이트 구상에 따르면 EU 참여국은 크게 3가지 층위로 나뉜다. EU의 중심부는 현재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처럼 정치·경제적 결속이 단단한 관계로, 정회원국에 해당한다.
다음은 현재 노르웨이처럼 정회원국은 아니지만, EU의 제반 규정을 따르면서 국경 없는 단일 시장을 유지하는 관계다. EU의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데엔 제약이 있지만, 노동자의 자유로운 이동과 물적 교류 등은 열려있는 관계다.
이어 세번째 관계는 EU법을 따를 의무 없이 '정치적 협력'을 하는 국가가 해당한다. 보고서는 참여 정도와 관여 수준에 따라 나뉜 멤버십인 만큼 EU에 내는 분담금이 정회원국 보다 낮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이 관심을 가질 만한 부분은 정치적 협력이라고 매체들은 전했다. 인디펜던트는 "정치적 협력은 기후와 국방, 안보 같은 중요 사안에 대한 협력에 중점두는 것"이라며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영국이 속한 유럽 정치 공동체(EPC)가 업그레이드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20년 브렉시트 후에도 영국은 EPC엔 계속 참여하고 있다. EPC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 위협을 느낀 유럽 국가들의 반(反) 러시아 공동체 역할을 하고 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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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여파 줄일 기회"
EU 라이트 논의에 영국 언론이 관심이 큰 건 내년 총선과 결부 되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인 노동당 지지율은 집권 보수당보다 15∼20%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17일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노동당이 다음 총선에서 승리하면 EU와 더 나은 브렉시트 협상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EU의 외교 소식통은 더타임스에 "EU 라이트는 노동당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며 "EU 재가입을 시도하거나 국민투표 등 소모적인 절차 없이 영국이 EU에서 자리를 다시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미니 EU' 제안을 두고 영국 정가에선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보수당 원로 의원인 마이클 헤셀타인 전 국제통상부 장관은 인디펜던트에 "영국 국민 대다수가 브렉시트를 실수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 아이디어를 시급히 검토해야 한다"며 "프랑스와 독일이 제공하는 기회이니 잘 포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리시수낵 총리는 일단 거부 의사를 밝혔다. 총리실 대변인은 'EU 라이트' 회원국 제안에 동의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현재 영국 내에선 '브레그렛' 정서가 퍼지고 있다. 지난 7월 여론조사기관 유거브가 2000명을 조사한 결과 EU 재가입에 찬성하는 비율이 51%에 이르렀다.
EU 라이트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오는 10월 5일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는 EU 회원국뿐 아니라 영국을 포함해 비(非)유럽연합 국가인 아이슬란드, 세르비아, 코소보, 조지아, 몰도바 등 유럽 내 46개 국가 수장들이 한데 모인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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