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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연금과 보험

“원래 국민연금은 잠시 커리어 쌓는 곳”… 성과급 체계 조정에도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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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기금운용역의 성과급 최소 지급 요건을 없앴지만, 이 정도로는 전주 이전 이후 심화한 전문가 이탈을 막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애초에 증권가 전문가들에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란 조직은 경력을 쌓기 위한 ‘징검다리’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기본적으로 평생직장 개념이 아닌데, 위치마저 서울에서 전주로 내려가니 이탈자가 확 늘어난 것이다.

성과급 자체도 민간 대비 적은 편이라 최소 지급 요건 삭제가 엄청난 메리트는 아니라는 게 내부 반응이다. 노련한 전문가의 잦은 이탈이 최악의 수익률을 낸 작년과 같은 위기 상황을 반복해서 불러오고, 우리 국민의 노후 자금 고갈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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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9일 오전 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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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우 약해도 경험 위해 가던 기금본부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4일 제4차 회의를 열어 기금운용역 성과급 최소 지급 요건을 없애는 내용의 성과평가 보상 지침 개정안을 의결했다. 최근 3년간 평균 운용 수익률이 3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초과할 경우에만 성과급을 지급하도록 명시한 규정을 삭제한 것이 이번 개정의 골자다. 다만 벤치마크(비교 지수)를 웃돌아야 성과급 지급이 이뤄진다는 점은 기존과 동일하다.

국민연금 기금본부는 2017년 2월 전주 이전 이후 지금까지 어렵게 뽑은 투자 전문가들의 줄이탈로 애를 먹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에는 물가 상승률(5.1%)이 크게 올라간 반면 운용 수익률(금액가중수익률 기준)은 -8.22%로 뚝 떨어졌다. 성과급을 받지 못한 운용역의 퇴사 행진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에 기금위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투자업계는 기금운용역의 처우 개선을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운용역 이탈 방지 대책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란 반응이다. 제도 개정 내용을 반영하더라도 운용역이 받는 기본급과 성과급 자체가 민간 투자회사와 비교해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본부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탓에 민간 운용사처럼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할 수 없는 구조다.

빈약한 처우에도 증권가의 우수한 투자 인력이 기금본부 문을 계속해서 두드린 건 이 조직이 983조원(2023년 6월 기준)을 굴리는 자본시장의 절대적 ‘큰손’이어서다. 기금본부 출신인 한 투자자문사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막대한 기금을 굴려본 경험을 토대로 몸값을 높여 증권가로 돌아가는 전문가는 예전부터 존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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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DB



◇ 전주 이전으로 매력도 뚝 떨어져

원래 평생직장 개념이 약한 곳인데, 2017년 2월 기관 위치마저 서울에서 전주로 바뀐 것이다. 그러자 이탈자가 확 늘었다. 국민연금 기금본부 퇴사자 수는 2014년 9명, 2015년 10명에서 지방 이전이 결정된 2016년 30명으로 급증했다. 2017년에도 27명이 기금본부를 떠났고, 이후로도 매년 30여명이 전주를 떠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국민연금 기금운용직은 총 321명으로 정원(376명)보다 55명이나 부족하다.

다들 좋은 조건을 확보해 떠날 궁리를 하다 보니 정부 취지와 달리 전주에 정착한 운용역도 많지 않다. 기금본부에서 근무 중인 한 30대 운용역은 “평일에는 본부 인근 아파트에서 동료 2명과 함께 지내고, 금요일에 서울로 올라간다”며 “금요일 퇴근 시간에는 서울행 ktx 표를 구하기 힘들어 증권사·운용사 미팅을 일부러 금요일 낮에 잡고 일찍 상경하는 편”이라고 했다.

기금본부 내부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정부·정치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끊이질 않는 것이다. 노련한 전문가 이탈이 잦다 보니 국민연금의 최근 10년 평균 수익률(4.7%)은 캐나다(10.0%)·노르웨이(6.7%)·일본(5.7%)·네덜란드(5.1%) 등 다른 나라 국민연금보다 낮다.

국민연금이 굴리는 1000조원 가까운 돈은 모두 우리 국민의 노후 자금이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국민연금의 투자전략이 해외투자·대체투자 확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경험이 풍부한 인재가 자꾸 퇴사하는 건 좋은 딜 선점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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