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대산에 있는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전경. 울산과 전남 여수와 함께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로 꼽힌다. 사진 충청남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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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정유 업계와 석유화학 업계에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유 4사는 주요한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이 개선되면서 ‘불행 중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글로벌 공세 속에 적자 행진을 이어가는 석화 업계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멎는 일이 늘고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이어지며 정유와 석유화학을 가리지 않고 전체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정유와 석유화학은 지난해 국내 수출 품목 중 반도체에 이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평균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16.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다. 정유사들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은 통상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정제마진은 지난달부터 배럴당 10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김경진 기자 |
정제마진은 유가와 함께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해 91.48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정유사 수입 비중이 가장 높은 두바이유 가격 역시 배럴당 95.20달러를 기록하며 100달러 선에 다가섰다.
이에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들여왔던 원유를 정제해 팔아 이익을 낼 수 있게 되면서 정유사들은 ‘이제야 숨통이 트였다’는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등 주요 정유사는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와 값싼 중국산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쏟아진 가운데 제품 원료인 유가마저 폭등하며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업계의 대표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에틸렌 스프레드(마진)는 지난 5월부터 끝 모를 추락세다. 상반기 t당 200달러 수준이던 에틸렌 스프레드는 최근엔 137달러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손익분기점을 t당 300달러 수준으로 본다.
김경진 기자 |
더욱이 코로나19 기간 중 중국 업체들이 범용(기초) 석유화학 제품을 중심으로 자립화에 성공하면서 국내 기업의 설 자리가 좁아졌다. 중국 업체들은 러시아산 원유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사들인 뒤 범용 석유화학 제품을 쏟아내며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범용 제품 생산량을 크게 늘리자 업계에서는 “앞으로는 손해 보고 팔지 않는 이상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PE) 등으론 한국 기업이 돈 벌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LG화학·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한화솔루션 등 주요 석화 4사의 공장 가동률은 평균 70%대에 그친다. 최근 10년 새 최저 수준이다. 석화 업계 관계자는 “기술 수준과 수익성이 높은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와 친환경 제품에 집중하고 있지만 당장 이익을 내긴 어려운 분야”라며 “당장 버틸 여력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를 앞둔 1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붙은 가격판.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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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상대적으로 경기에 민감한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을 둘러싼 글로벌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정유사 입장에서도 유가 급등은 ‘반짝 특수’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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