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라이프·딜라이브에서 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 블랙아웃 예고
구독료 동결 상황에서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유료방송 가장 큰 재원
유료방송계 "정당한 수수료 산정 위해 홈쇼핑 방송 도중 모바일 매출도 공개해야"
유료방송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케이블·위성 방송 업체와 홈쇼핑간 송출 수수료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케이블 업계 1위 업체인 LG헬로비전은 갈등 봉합에 성공했지만 KT스카이라이프와 딜라이브는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등 홈쇼핑 업체들과 견해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홈쇼핑 업체들은 10월부터 방송 송출을 중단(블랙아웃)하겠다고 밝히며 유료방송 사업자 압박에 나섰다.
19일 유료방송 업계에 따르면 현대홈쇼핑은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KT스카이라이프와 송출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오는 10월 20일부터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한 라이브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공지했다.
송출이 중단되면 KT스카이라이프 가입자는 현대홈쇼핑을 TV로 시청하지 못하고 모바일 앱과 인터넷 쇼핑몰(H몰)을 통해서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두 회사가 갈등을 빚는 이유는 송출 수수료에 있다. 현대홈쇼핑이 송출 수수료를 절감하기 위해 골드번호(6번)인 현재 채널 번호를 뒷번호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으나 KT스카이라이프가 그 자리를 대신할 사업자를 아직 구하지 못해 거절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블랙아웃만은 막자는 대전제에만 합의하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홈쇼핑이 홈페이지가 아닌 자사 방송 채널을 통해 블랙아웃 예고를 함에 따라 두 회사 감정의 골은 한층 더 깊어지고 있다. 스카이라이프 측은 “현대홈쇼핑이 별도의 방송물을 편성해 TV홈쇼핑 라이브 방송에서 전체 플랫폼을 대상으로 '방송중단 고지 방송'을 송출해 시청자 혼란을 초래했다”며 “방송중단을 본방송으로 노출하는 것은 합리적인 송출 수수료 대가 산정 협상 대신 정부 통제에서 벗어나 플랫폼을 굴복시키겠다는 압박 행위”라고 밝혔다.
현대홈쇼핑은 LG헬로비전과도 송출 수수료를 두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협상 중단으로 블랙아웃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이후 협상을 재개하고 세부 내용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 8월에는 롯데홈쇼핑이 10월 1일부터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TV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 규제로 유료방송 구독료를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송출 수수료는 유료방송 업체들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방송통신위원회 2022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종합유선방송(케이블) 사업자의 매출에서 송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40.3%로 가장 컸다. 2020년부터 송출 수수료는 유료방송수신료(구독료)를 제치고 케이블 방송의 가장 큰 수익원이 됐다.
같은 해 위성 방송 사업자 매출에서 송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34.1%에 달했다. 구독료 비중이 매년 줄어드는 점을 고려하면 위성 사업자도 조만간 송출 수수료가 가장 큰 수익원이 될 전망이다.
때문에 홈쇼핑 업체들이 송출 수수료를 인하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큰 타격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료방송 사업자의 수익이 줄어들면 채널 사용 사업자(PP) 및 콘텐츠 제작사(CP)에 대한 수익 배분이 줄어들어 전체 콘텐츠 제작 생태계가 악화될 우려도 제기된다.
유료방송 사업자와 홈쇼핑 업체 간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송출 수수료 대가 검증 협의체를 만들며 중재에 나섰다. 협의체는 △협상 중 사업자들이 자료를 성실히 제공했는지 △불리한 송출 대가를 강요하지 않았는지 등 업체들이 수수료 대가 산정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에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많은 홈쇼핑 업체가 라이브 방송 도중 이용자들이 자사 모바일 앱으로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방송 전후로 해당 상품의 모바일 매출이 어떻게 변하는지 홈쇼핑 업체들이 관련 정보를 협의체에서 성실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주경제=강일용 기자 zero@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