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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3 (금)

러 매체 "北, 포탄 1000만발 제공"…'가짜뉴스' 심리전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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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한 매체가 "북한이 러시아에 1000만 발 규모의 포탄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의 대규모 군수 물자 지원을 통해 교착 상태에 빠진 전황에 반전을 가져오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러시아 언론이 보도한 1000만 발 규모의 포탄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재고 물량을 웃돈다는 게 군 당국의 입장이다. 외교가에선 북·러가 양국 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무기거래 규모와 관련한 '가짜뉴스'를 통해 전형적인 프로파간다(propaganda·선전) 등 심리전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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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군 비행장 및 해군 기지를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등과 오찬을 함께 했다.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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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매체 프라우다는 18일(현지시간) 자국 정치학자 유리 바란치크를 인용해 “북한이 러시아에 122㎜와 155㎜ 포탄 1000만 발을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가 언급한 1000만 발의 포탄은 러시아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수행하며 소비했던 포탄의 물량과 거의 동일이다. 러시아가 정상적인 상황에서 한해 생산할 수 있는 포탄의 물량은 100만 발 가량으로, 10년간 생산해야 할 포탄을 이미 소비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포탄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최소 1년 간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포탄을 북한으로부터 공급받게 된다는 의미가 된다. 실제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포탄을 수입하고 있는 정황은 여러 차례 드러났다. 지난해 7월 외신들은 러시아가 ‘방-122’라는 표기가 적힌 포탄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은 다연장 로켓포의 북한식 표현인 방사포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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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5일 중요 군수공장 시찰한 사진을 조선중앙TV가 이틀 뒤인 7일 추가로 공개했다. 김정은이 122mm 방사포탄을 만지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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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러시아 매체의 보도는 여러 지점에서 허술한 내용을 담고 있다.

먼저 북한이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힌 포탄의 구경 155㎜는 북한과 러시아가 아닌 한국군이 사용하는 표준이다. 북·러의 경우 155㎜ 포탄이 아닌 152㎜짜리를 주력으로 사용한다. 만약 해당 매체가 보도한 155㎜ 포탄을 152㎜ 자주포의 오기로 본다면, 함께 언급한 122㎜는 자주포와 방사포(로켓포)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는 있다.

단순한 오기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러시아 매체가 밝힌 공급 규모 1000만 발이라는 숫자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다.

군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확한 수치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북한이 1000만 발에 달하는 포탄을 비축하고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설사 전체 재고 물량이 1000만 발이라고 해도 이를 모두 러시아에 보낼 경우 북한은 최소 수 년간 전쟁 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 제재로 원료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북한이 재고 물량을 러시아에 보낼 경우 새로 포탄을 제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란 의미다.

이 관계자는 이어 "휴전 상황인 남북이 포탄 재고를 확보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한국군의 포탄 비축량이 수백만 발 수준이기 때문에, 러시아 매체가 보도한 1000만 발은 현실성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해당 매체는 또 러시아가 사거리 400㎞에 달하는 북한의 KN-25를 수입할 수 있다고도 보도했다. KN-25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 KN-24와 함께 2019년 본격적으로 개발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직경 600㎜의 초대형 방사포를 뜻한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KN-25가 양산 단계에 돌입했다면 러시아 수출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북한 자체 개발이기 때문에 이동식발사대(TEL) 등 발사 체계도 함께 공급해야 해 단순히 포탄을 넘기는 것보다 그 과정이 까다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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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5일 중요 군수공장을 시찰했다. 무기는 초대형 방사포. 조선중앙TV 화면 캡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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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이날 러시아 매체 보도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매체가 인용한 러시아 학자에게 보고 내용의 진위와 근거 등을 문의했지만, 그는 본지의 질문에 회신을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북한과 러시아가 국제사회에 엄포를 놓으려는 의도로 이 같은 보도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두 ‘왕따’ 국가의 선전전으로 본다”며 “북한의 지원을 등에 업고 러시아가 승리한다는 희망사항을 과장된 수사로 표현한 것일 수 있다”고 봤다.

강태화·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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