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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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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중소기업 "원자재값 상승에 해외 거래처 단가 후리기 이중고"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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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폭등으로 원자재 값 30~40% 이상 치솟아 수출 경쟁력 하락

해외 거래처들 고환율로 인한 환차익 이유로 되레 단가 조정 요구

"유가 환율 동반 상승 이례적, 정부 환율 안정 운용 가장 중요"

아주경제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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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본사를 둔 수처리 플랜트 수출 기업 A 중소기업은 유가와 환율 동반 급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올해 회사 경상이익은 제로 수준이다. 환율과 유가가 상승하기 시작한 3~4년 전부터 해마다 적자폭을 키워온 탓이다.

A사 대표는 “유가 폭등으로 원자재 값이 30~40% 이상 치솟아 수출 경쟁력이 떨어졌다”며 “고환율로 수출기업이 환차익을 보는 게 아니냐고 말하지만 현장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오히려 해외 거래처들이 환차익을 들먹이며 제품 가격을 낮추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구미산업단지에서 섬유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B 중소기업은 고환율로 전년 대비 매출이 20% 이상 줄었다. 최근에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원자재 상승으로 매출이 추가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B사 관계자는 “고환율에도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수출 중소기업은 특정 분야 소수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며 “치솟는 유가와 요지부동인 환율에 적자가 난다고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기 등 고정비는 줄일 수 없다. 결국은 인건비를 절감해 적자 폭을 메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수출 중소기업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 내 원유 가격 지표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지난해 11월 7일 이후 처음으로 90달러를 넘고, 인도분 브렌트유도 배럴당 93.93달러로 올해 최고치를 경신한데다 환율까지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수출 기업들에게 고환율은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가 예측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특히 A 중소기업처럼 해외 거래처들이 고환율로 이익을 보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되레 수출 중소기업에 단가 조정을 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고유가와 고환율은 매출이 적은 중소기업일수록 치명적이다.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 영업이익 감소, 거래처 단가 인하 요구, 물류비 부담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 ‘상저하고’(상반기에 침체, 하반기에 개선) 전망과 달리 수출 중소기업 부실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3년도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 동향’을 살펴보면 2023년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은 558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5% 감소했다. 중국·베트남으로의 중간재 수출 부진과 엔데믹에 따른 진단 키트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수출 중소기업 부진은 중소기업대출 연체율도 끌어올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0.92%에서 2023년 2분기 1.84%로 최근 세 분기 만에 두 배 증가했다.

중소기업대출은 2022년 3분기 1483조6000억원에서 2023년 2분기 1539조2000억원으로 55조6000억원(3.7%) 늘었다. 같은 기간 연체액도 13조6300억원에서 28조3600억원으로 14조7300억원(108%) 증가했다. 2019년 2분기(8조5300억원)와 비교하면 4년새 19조8300억원, 2배 이상 상승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정부의 예측 가능한 안정적인 환율 운용이 가장 중요하지만, 수출 관련 금융·보증, 환변동 보험 등 지원을 확대해 수출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주경제=김정래 기자 kjl@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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