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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사설]정부는 안 한다는데, “민영화 반대” 파업 나선 철도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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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철도노동조합이 공공철도 확대 등을 요구하며 어제부터 나흘간 총파업에 들어갔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대체 인력 등을 활용해 대응하고 있지만 수도권 전철과 고속철도(KTX) 등 여객열차의 운행률은 평소 대비 70%로 떨어졌다. 열차 운행 중지와 지연으로 많은 시민들이 혼란과 불편을 겪었다. 더욱이 화물열차는 운행률이 27%대까지 떨어져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심각한 물류 차질이 빚어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철도노조가 이번 파업에서 요구하는 핵심 사안은 수서발고속철도(SRT) 외에 수서를 종점으로 하는 ‘수서행 KTX’ 신설 같은 공공철도 확대다. 철도노조는 이용자 불편 해소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달 1일부터 경전 전라 동해선에 SRT를 운행하는 등 SRT 노선 확대를 두고 ‘장기적으로 민영화를 위한 수순’이라고 주장하는 철도노조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수서행 KTX도 들고나온 것이란 해석이다. KTX밖에 없어 불편했던 지역민들을 위해 서울 강남권 접근이 쉬운 SRT 노선 신설을 두고 민영화 수순 운운하는 것은 억지 해석에 가깝다. 정부는 민영화를 전혀 검토한 바가 없다고 하는데 노조는 민영화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철도노조의 민영화 반대는 벌써 20년 이상 된 단골 레퍼토리다. 수서행 KTX 신설 요구도 결국 SRT와 KTX를 다시 통합해 경쟁 없는 독점 체제를 만들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SRT와 KTX의 통합은 문재인 정부 때도 오랫동안 논의됐으나 결국 현재의 경쟁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그 속에서 국민들은 연간 1500억 원의 운임 할인 효과를 보고 있다. 7년 가까이 운영 중인 SRT를 되돌리려는 시도는 현실적으로 힘들 뿐 아니라 간신히 정착된 경쟁 구도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더구나 수서행 KTX 같은 내용은 정부의 정책 사안이어서 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렇게 명분 없는 파업을 하면서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2차, 3차 파업을 고려하겠다는 철도노조의 태도는 수긍하기 어렵다. 코레일의 부채는 2027년까지 2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 쇄신과 효율화가 절실한 시점에 ‘장기적 민영화 수순’이란 허깨비를 내세워 국민의 발을 묶는 파업은 더 이상 국민을 설득시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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