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 침체 압박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그간 공격적인 금리 인상 탓에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주요 경제가 하방 압력을 받았지만 에너지 가격 불확실성과 여전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고육지책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시간) ECB는 통화정책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기존 연 4.25%에서 4.5%, 한계 대출금리는 4.5%에서 4.75%, 예금금리는 3.75%에서 4%로 오르게 됐다. 10회 연속 금리를 인상하면서 특히 예금금리는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에너지價 불안 겹쳐 … 침체 우려에도 고육책
ECB, 기준금리 0.25%P 인상
이번 결정은 스페인 등 유로존 주요국 정부가 실물경제 부진 가능성을 들며 정책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온 가운데 나왔으며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고심 끝에 내린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ECB는 성명을 통해 "그간 긴축정책에 따른 수요 측 영향과 국제 무역 환경 악화를 감안해 경제성장 전망을 크게 하향했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지만 내년까지는 에너지 가격 탓에 여전히 높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는 수시로 들어오는 경제 데이터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은 사실상 마지막 인상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따른다.
ECB는 유로존 인플레 전망을 조정하면서 특히 역내 경제성장 예상치를 낮췄다. 종합 인플레는 에너지 가격 상승을 반영해 올해 5.6%, 내년 3.2%로 올린 반면 내후년은 2.1%로 낮췄다. 근원(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 제외) 인플레의 경우 지난 6월에는 2023년 5.1%, 내년 3.0%, 내후년 2.3%를 제시했는데 이달 들어서는 순서대로 5.1%, 2.9%, 2.2%로 전망해 내년 이후 예상치를 하향했다. 반면 성장률은 올해 0.7%, 내년 1.0%, 내후년 1.5%로 예상했다. 기존 예상치는 올해 0.9%, 내년 1.5%, 내후년 1.6%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금리 인상 주기가 끝났다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JP모건애셋의 레인 스틸레이 연구원은 "비둘기적인 금리 인상"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ECB 통화정책 위원회가 성명문을 통해 "ECB 기준금리가 충분한 시간 동안 유지된다면 이는 인플레 목표치(2%)로 제때 복귀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할 만한 수준일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인상임을 시사했다는 판단에서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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