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검찰과 법무부

“명예훼손 피해자 윤석열” 적시한 검찰…사실상 대통령 ‘보위 수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검찰, 뉴스타파·JTBC 압수수색

대선 때 비판보도를 정치공작 규정


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0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검사 윤석열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보도했다며 뉴스타파와 제이티비시(JTBC)를 압수수색한 검찰이 이 사건을 “윤석열을 비방할 목적”으로 “피해자 윤석열의 명예를 훼손”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희대의 대선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입장이 고스란히 반영된 시각이다.

이날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뉴스타파 한상진·봉지욱(보도 당시 제이티비시) 기자 등에게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면서 피해자로 ‘윤석열 대통령’을 적시했다.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해야 기소할 수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된 수사로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자신의 피해를 밝혀달라며 인사권을 가진 검찰을 과도하게 동원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선거에 개입하려는 뜻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 사건 피의자들에게 정통망법상 명예훼손죄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이 되려면 낙선 목적으로 후보자에 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자를 처벌하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250조 2항)를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선거법은 공소시효가 지나 적용할 수 없다. 정통망법상 명예훼손죄는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와 형량(최대 7년)도 같고, 구조(비방 목적, 낙선 목적)도 비슷하다.

정통망법상 명예훼손죄는 일반 명예훼손죄와 달리 수사기관에게 ‘비방 목적’을 추가 입증하라고 요구한다. 최대 5년인 일반 명예훼손죄보다 법정형이 무거운 이유다. 즉 수사기관에게는 혐의 입증이 더 까다롭다.

특히 ‘비방 목적’을 입증하기가 만만치 않다. 대법원은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 목적’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언론 검증 보도에 ‘비방 목적’이 인정되려면 검찰이 ‘결정적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 때문에 이번 수사가 ‘최종 유죄’가 아닌 ‘기소 자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의심도 나온다. 2012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관련 의혹을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 제기했다가 박근혜 대통령 시절인 2014년 기소됐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검찰은 이례적으로 항소를 포기했다. 현직 대통령에게 ‘기소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까지가 목적이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한겨레에 “현재 검찰이 수사하는 혐의는 특정 보도를 한 기자 한두명 외에는 유죄 판단 받기가 어려운 혐의들”이라며 “검찰이 수사대상을 계속 넓히는데, 정권이 원하는 소기의 목적을 올리는 것이 목표이지, 최종 유죄 판결을 목표로 한 수사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검찰은 이날도 다른 언론으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을 재차 언급했다. ‘뉴스타파 보도 등을 인용한 언론사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는가'라는 기자들 질문에 검찰 관계자는 “허위 보도 관련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 전모를 다 확인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