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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고령취업 60%가 질 낮은 일자리···"정년연장보다 임금개편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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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60세 법제화 10년' 보고서

경제활동 참가·고용 모두 늘었으나

임시·일용직·자영업 과반, 질적 후퇴

조기퇴직 46% 늘어나···취지 무색

대기업에 혜택 집중, 이중구조 심화

경총 "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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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60세’가 법제화된 2013년 이후 고령자의 고용이 양적으로는 늘었지만 고령 취업자의 상당수가 임시·일용직이거나 자영업자로 일자리의 질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년 연장의 혜택이 노조가 있는 대기업 근로자들에게 집중돼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을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영계는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획일적인 정년 연장 대신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고령자가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정년 법제화로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이 더욱 격화한 만큼 법정 정년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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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는 14일 ‘정년 60세 법제화 10년, 노동시장의 과제’ 보고서에서 2013년 이후 55세 이상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 및 고용률, 상용직 비중 등의 지표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3년 48.3%에서 지난해 53.1%로 4.8%포인트 늘었고 고용률은 47.4%에서 51.7%로 4.3%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15세 이상 전체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 폭(2.2%포인트)과 고용률 증가 폭(2.3%포인트)보다 2배가량 높았다.

문제는 고령자의 고용이 양적 성장과 달리 질적으로는 후퇴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지난해 고령 취업자 중 상용직 비중은 35.1%로 15~54세 핵심 근로 연령층(65.6%)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또 고령 취업자의 임시·일용직 비중(27.7%)과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비중(31.7%)은 핵심 근로 연령층 취업자보다 각각 10.3%포인트, 19.2%포인트 높았다.

정년 법제화 이후 조기 퇴직 증가율이 정년 연장 증가율을 웃돌면서 정년 연장 확산이라는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3년 28만 5000명이던 정년 퇴직자는 지난해 41만 7000명으로 46.3% 증가했다. 반면 명예퇴직과 권고사직, 경영상 해고를 이유로 지난해 주된 일자리에서 이탈한 조기 퇴직자는 56만 9000명으로 2013년 대비 76.2%나 증가했다.

경총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연공형 임금체계 아래에서는 재직 기간이 길수록 임금이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사업주에게 명예퇴직 등의 유인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총은 법정 정년 연장이 국내 노동시장에서 기업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켰다고 지적했다. 연공형 임금체계로 인한 임금·생산성 간 괴리가 정년 법제화 이후 기업의 임금 등 직접노동비용은 물론 사회보험료·퇴직금 등 간접노동비용 부담까지 크게 늘렸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기업은 주로 근속연수에 비례해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형 임금체계가 보편적이라 법정 정년 연장에 따른 부담이 매우 큰 실정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00인 이상 사업장의 55.2%가 호봉급을 도입하고 있고 1000인 이상 사업장은 이 비중이 67.9%에 달한다.

정년 60세 의무화는 고용 여력이 있고 고용 안정성과 근로 조건이 양호한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 부문에 집중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욱 심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월 임금은 473만 원으로 무노조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247만 원)보다 2배가량 많았다. 평균 근속연수도 유노조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가 13년인 반면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 근로자는 4.3년에 불과했다.

정년 연장으로 혜택을 받게 되는 고령 근로자가 많아질수록 체감 실업률이 20%에 달하는 청년층 취업난을 더욱 악화시켜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만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총은 지난 10년간 법정 정년 연장이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하는 법·제도 정비와 같은 과제들이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 본부장은 “정년 연장 이슈가 현장의 파업 뇌관이 되고 있다”며 “10년 전 정년 60세 법제화의 상흔이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법정 정년을 지금보다 더 연장하는 것은 아직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더 큰 좌절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령자 고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임금체계의 과도한 연공성을 줄이고 일의 가치와 성과를 반영한 임금체계로 개편하기 위해 취업규칙 변경 절차 완화 등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며 “고령자 파견 허용 업무 확대, 고용 유연성 제고, 일하는 방식 다양화 등 고령 근로자들이 노동시장에 오래 남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법·제도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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