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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인공위성과 우주탐사

"인공위성 자세 잡아주는게 제 특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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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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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엔 자세 제어가 생명이다. 우주로 올라가 목표한 궤도에 안착하면 임무 수행을 위해 자세를 틀어야 한다. 자세 제어에 실패해 구천을 떠도는 원혼처럼 목적 없이 지구 주변을 맴도는 위성도 수두룩하다.

올해 포니정재단(이사장 정몽규)이 선정한 제4회 '포니정 영리더상' 수상자로 결정된 윤효상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사진)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위성 자세 제어는 '감'이 중요하다"며 "그런 감을 가진 인력을 많이 양성해야 국내 위성 업계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국내에서 드문 위성 자세 제어 전문가다. 1985년생으로 아직 마흔도 되지 않은 나이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 때 실린 위성이나 인공위성 개발 회사 쎄트렉아이가 만든 '데이모스 2호' 위성 등의 자세 제어 코드를 완벽하게 짰다. 2019년 KAIST 교수로 부임하기 전에는 쎄트렉아이와 미국 위성사진 서비스 업체 플래닛 등에서 일하며 업계 실전 경험을 쌓았다. 현재 지구 초저궤도 위성 자세 제어 등 새로운 영역의 기술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윤 교수는 "위성 자세 제어란 소프트웨어를 갖고 하드웨어를 컨트롤하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하드웨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언제 소프트웨어적 명령을 내리는 것이 적절한지를 매 자세 제어 과정에서 판단할 수 있는 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명령을 먹인다'라고 표현하는데 아주 세밀하게 명령을 먹이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위성 자세 제어에 실패할 수 있는 수많은 변수 중 '크리티컬(중대한)' 변수를 구별해낼 수 있는 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감은 결국 경험을 해야 쌓인다. 경험은 실제 위성 발사를 통해 쌓을 수 있다. 그러나 그간 국내에선 이런 위성 발사 경험을 쌓는 게 쉽지 않았다. 윤 교수는 "엄밀히 따져 위성을 만들어 운용에 성공한 사례는 국내에서 KAIST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쎄트렉아이, AP위성 등 4곳밖에 없다"며 "위성 자세 제어 인력이 적은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최근 국제 위성 트렌드가 '작고, 가볍게 그리고 싸고 많이'로 변화하면서 감을 가진 위성 자세 제어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윤 교수는 "지금 시점의 위성 발사 철학은 질보다 양이어야 한다"며 "위성을 많이 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윤 교수는 연구자로서 성과를 크게 인정받고 있다. 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이 '과학기술 영리더'를 만나는 자리에도 참석하며 국내 대표 젊은 연구자로 꼽혔으며, 지난 7월 포니정 영리더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20일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 포니정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연구자로서의 최종 목표를 묻자 윤 교수는 "어렸을 적 인류가 화성으로 여행을 떠나는 공상과학영화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며 "유인 우주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그 꿈을 실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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