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논쟁'으로 얼룩진 대정부질문... 야당 "대통령 탄핵"도 언급

설훈·김두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언급
권성동 "문 정부와 윤미향, 대한민국 조롱"

한덕수 국무총리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2차 본회의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5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정율성 기념사업 등 역사·이념 논쟁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고성으로 얼룩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까지 거론하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념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가짜뉴스 생산세력'으로 규정하며 충돌했다.

설훈·김두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언급

설훈 민주당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정부는 찬성도 반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라며 "이대로 가면 윤석열 정권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은 물론이고 (국민들이) '탄핵하자'고 나설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탄핵이라니 무슨 말이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설 의원은 백선엽 장군 안장 기록에서 '친일 반민족 행위자' 문구를 삭제한 것 등을 근거로 현 정부 성향을 '극우 뉴라이트'로 규정했다. 이에 한 총리는 "윤석열 정부가 극우 뉴라이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뉴스1

김두관 민주당 의원도 오염수 방류와 육군사관학교의 홍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거론하며 대통령 탄핵을 언급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일본 총리보다 앞장서서 핵 오염수 전도사로 나서더니 독립운동을 죽이는 반민족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기다리는 것은 탄핵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총리도 물러서지 않았다. 홍 장군 흉상 이전은 한국이 공산주의 국가인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라는 사실과 모순된다는 김 의원 지적에 "우리가 베트남의 국부 호찌민 흉상을 육사에 갖다 놓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응수했다.

권성동 "문재인 정부와 윤미향, 대한민국 조롱"

반면 국민의힘은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주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년 추도식에 참석한 것과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공원 조성 논란 등을 고리로 민주당의 대북관을 문제 삼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육사 교육 과정에서 6·25 전쟁사를 필수에서 선택과목으로 전환하고 △공산주의자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라고 추켜세웠으며 △간첩 잡는 국정원에 간첩 신영복의 글씨를 새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미향 의원이 조총련 행사에 참석했다"며 "이는 대한민국에 대한 조롱이자 모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대선 전 공개된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선거 공작'으로 규정하며 "가짜뉴스 전문 국회의원이 민주당 의석에 앉아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2차 본회의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민주당은 연일 괴담과 선전선동으로 국민을 불안케 하고 있다"며 "KBS와 MBC, 한겨레 등 친민주당 언론도 왜곡보도만 해서 수산업을 황폐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여수에서 우럭 등 물고기가 대량 폐사한 사실을 거론하며 "누구 책임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전남 여수 일대 가두리 양식장에서 일어난 물고기 집단 폐사의 원인은 높은 수온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가 쏟아졌다.

"총리가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 만나야" 제안도

정부가 엿새째 단식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나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한 총리에게 "(단식 장소가) 바로 이 앞인데 나가시는 길에 야당 대표 만나서 손 한번 잡아주실 의향 없느냐"고 묻자, 한 총리는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한 총리는 "대통령께 건의해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이 야당 대표를 찾아가 만나도록 건의할 생각이 없느냐"는 조 의원의 이어진 질문에도 "한번 검토를 해보겠다"고 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배시진 인턴 기자 baesijin12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