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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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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수출 하지마” 미국·영국·EU, UAE 압박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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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하얀(오른쪽 두번째)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지난 6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SPIEF)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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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이 아랍에미리트(UAE)에 러시아에 대한 상품 수출을 중단하라고 압박할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 정부 관리들이 4일(현지시간) UAE를 방문해 이러한 뜻을 UAE 측에 전달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UAE의 물자 수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도와주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와 UAE의 무역량은 급증하고 있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지난 2월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산업통상부 장관은 러시아와 UAE의 무역 규모가 지난해 90억 달러(약 11조8700억원)으로 1년 사이 68% 급증했다고 밝혔다.

미국 등 서방에서 특히 우려하는 부분은 반도체와 전자부품 등 민간 기기뿐만 아니라 군사장비에도 들어갈 수 있는 이른바 ‘이중용도’ 제품의 대(對)러 수출이다. 우크라이나 키이우경제대학(KSE)이 러시아 무역 자료를 분석한 것에 따르면 올해 1∼5월 UAE는 러시아에 1억4900만 달러(약 1960억원) 상당의 컴퓨터 부품과 모듈을 수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출액인 100만 달러(약 13억원)에 비해 급증했다. 지난 1~5월 UAE가 러시아에 수출한 통신장비 규모는 6400만 달러(약 840억원)인데, 지난해 같은 기간엔 관련 수출이 아예 없었다. 전기·전자 장비 수출도 같은 기간동안 백만 달러(약 13억원)에서 2000만 달러(약 263억원)로 치솟았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경제 제재의 빈틈으로 UAE를 활용하고 있다고 본다. WSJ은 “미국과 유럽 관리들은 미국이 아르메니아 등 러시아의 주변 국가 등 여러 나라에 러시아로의 수출을 하지 않도록 압력을 가함에 따라 UAE를 통해 더 많은 서구산 상품이 러시아로 유입되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 UAE 관리는 WSJ에 자국이 유엔 제재를 준수하고 미국을 포함한 파트너 국가들과 긴밀히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UAE는 미국과 경제·군사적으로 밀접하게 교류해 왔다. UAE 국부펀드는 미국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UAE 정부는 대테러 문제 등에서 미 정부와 오랫동안 협력해 왔다. UAE는 유엔에서 여러 차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서방의 대러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으며 러시아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은 지난 6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SPIEF)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으로 구성된 브릭스(BRICS)가 지난달 정상회의에서 발표한 6개 신규 회원 예정 국가엔 UAE가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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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정보기술(IT) 박람회 ‘컴퓨텍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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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의 이러한 움직임을 미국도 경계하고 있다. 최근 중동 국가로 자국 기업 엔비디아의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판매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8일 엔비디아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분기 실적보고서에서 “2024 회계연도 2분기에 미국 정부는 우리에게 중동에 있는 일부 국가를 포함해 특정 고객과 다른 지역에 A100 및 H100 제품군을 판매하려면 추가로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통지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구체적으로 어느 국가로의 수출이 제한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핵심 대상일 거란 관측이 나온다. 두 나라가 최근 엔비디아의 칩을 대량으로 구매해 온 ‘큰 손’ 고객이라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최소 3000개의 H100 칩을 엔비디아로부터 사들였고, UAE도 엔비디아로부터 수천개의 AI 반도체를 확보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엔비디아의 AI칩 판매를 크게 제한한 미국의 무역 통제가 또 한번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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