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지난 1일 친북 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주최 행사에 참석한 비용은 국회사무처의 예산, 즉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는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의원에 대한 의전은 국회사무처의 정식 공문을 통해 통상적 수준에서 진행됐다”며 “국회의원 개인 명의의 요청이 아닌 국회사무처의 공문은 이번 출장이 국민 세금이 투여된 공적 해외출장으로 국회사무처의 공식 결재와 승인이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윤미향 의원은 지난 1일 친북 단체인 조총련이 주최한 ‘간토(關東)대지진 100년 조선인 학살 추도식’에 참석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는 조선인 학살 피해자를 기리는 최소한의 추념식조차 열지 않고 철저하게 간토학살 100주기를 방치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간토학살 진상규명을 포함한 한·일 과거청산에 대한 의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적었다. 윤미향 의원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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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공적 업무와 관련한 해외 출장은 국회사무처에 일정과 목적 등을 담은 계획서를 제출한 뒤 정해진 심사 등을 거쳐 결정된다. 윤 의원에 대한 의전 협조가 국회사무처를 통해 공식적으로 이뤄졌다는 건 윤 의원 역시 국회사무처가 진행한 공적 업무와 관련한 해외 출장 심사를 거쳤음을 뜻한다.
그런데 국회사무처가 윤 의원의 의전과 관련해 외교부에 제출한 공문에는 이번 출장의 목적과 관련한 항목에 ‘조총련 행사 참석’이란 내용이 기재돼 있지 않았다.
간토대지진 100주년 추념식. 사진 민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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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당국자는 “국회사무처가 전달한 공문의 구체적 내용을 밝히긴 어렵다”면서도 “공문에 조총련 행사 관련 사안은 없었고, 윤 의원이 국회에 공식 출장 목적으로 신고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일정 등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당국자도 “주일대사관은 협조 요청 공문에 기재된 대로 공항ㆍ숙소 간 차량만 지원했다”며 “외교부 입장에선 윤 의원이 공항 도착보다 더 중요한 일본에서의 현지 외교활동 일정에 대해선 별도 요청을 하지 않아 오히려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지난 1일 조총련이 개최한 ‘간토(關東)대지진 100년 조선인 학살 추도식’에 ‘남측 대표’로 참석했다. 한국 정부를 ‘남조선 괴뢰도당’으로 명명하며 진행된 이번 추도식에는 허종만 조총련 의장 등 조총련 지도부가 참석했다. 허 의장은 2020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북한 최고 등급인 ‘노력 영웅’ 칭호와 함께 국기훈장 1급을 받은 인물로, 지난 2월엔 김정은으로부터 생일 축전을 받기도 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1일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제100주년 관동대진재 한국인 순난자 추념식'에서 100년 전 지진 발생 시각인 오전 11시 58분에 맞춰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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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원은 조총련 행사에 참석하면서 같은 날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이 주최한 ‘제100주년 관동대지진 한국인 순난자(殉難者) 추념식’엔 불참했다.
민단 주최 추념식엔 한ㆍ일의원연맹 회장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간사장),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간사)이 민단의 공식 참석 요청을 받고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도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 오사카 세이지(逢坂誠二) 입헌민주당 대표대행, 다케다 료타(武田良太) 일한의원연맹 간사장 등이 희생자들을 기렸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진석 의원 등의 방일과 관련해선 사전에 협조 요청이 이뤄져 정상적 절차에 따라 지원이 이뤄졌지만, 윤 의원의 경우 일정이 급박하게 전달된 것으로 안다”며 “외교부가 조총련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알았다면 문제 제기를 했겠지만, 국회사무처가 일부 일정만 공개한 채 공문을 보낼 경우 그에 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외교가에선 윤 의원이 출장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조총련 행사 참석 사실을 빼고 출장 승인을 받았거나, 국회사무처가 승인 과정에서 조총련 관련 일정을 알고도 제대로 거르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만약 윤 의원이 국회사무처의 세금을 받지 않은 개인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하면서 국회사무처를 통해 의전을 요구했다면 ‘갑질’ 논란으로 확대될 수도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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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윤 위원이 국회사무처에 제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출장 관련 계획서의 구체적 내용과 승인 과정 등을 확인하기 위해 3일 국회사무처 측에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은 다음날인 4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윤 의원)본인이 출장계획서를 냈다”면서도 “(출장비는)사비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무처가 공식 출장에 따른 협조 공문을 승인해 결재한 데 대해선 “당 소속일 경우 당대표의 직인과 허가를 받는데, 무소속 의원이라 공백이 있었던 것 같다”며 “근본적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강태화ㆍ박현주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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