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직접 제안한 저출산 극복방안
한국무역협회는 31일 ‘MZ 세대가 지향하는 저출산 극복 대책 논문대회’를 열고 청년들의 톡톡튀는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발표자가 저출산 아이디어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박해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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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도 연애와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너무 높아진 현실의 벽에 의지가 꺾이는 것입니다. 청년들이 연애를 포기하지 않도록 대학에 연애교양 수업을 의무화하고, 20대 초반에게는 로맨스 문화생활비를 지원할 것을 제안합니다.”(김양이 경희대 무역학과 학생)
“MZ세대의 우선순위에는 결혼과 출산이 전혀 없습니다. 이들이 꿈을 이루고 난 후 출산에 대해 생각했을 땐 이미 여성의 가임력이 저하되는 시기가 옵니다. 건강 관리하듯 일상에서 가임력을 관리해야 하며, 난자와 정자를 동결보존하도록 국가가 지원해줄 것을 제안합니다.”(박효진 대구대 난임연구소 연구원)
올해 합계 출산율이 0.6명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MZ세대들(밀레니얼+Z세대)이 직접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해 화제다. 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협회가 주최한 ‘MZ 세대가 지향하는 저출산 극복 대책 논문 경진대회’에는 109건의 논문이 접수됐다.
무역협회는 이 가운데 우수한 10팀을 선정해 지난달 31일 서울 코엑스에서 발표회를 가졌다. 참가자들은 50명의 심사위원단 앞에서 자신들의 아이디어에 대해 발표를 이어갔다. 심사위원 중 40명은 공모를 통해 선발된 학생, 변호사, 작가 등 다양한 직업군의 MZ세대들로 구성됐다.
최우수상은 15년간 배아 기초연구를 해왔다는 박효진 대구대 연구원이 수상했다. 박 연구원은 “가임력이라는 것은 2차 성징 이후부터 가임이 가능한 시기의 능력을 말하는데 35세 이후부터는 가임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며 “하지만 현실은 신입사원 평균 나이는 31세이다. 가임 가능한 시기의 MZ들은 출산에 관심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씨는 이어 “가임력 관리는 결혼 후의 고민이 아니라 건강관리 수단으로 인식 제고가 필요하며 여성뿐 아니라 남녀 모두에게 해당하는 일로 생각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검진을 통한 가임력 관리,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가임력 디지털 케어, 정부의 정자·난자 동결 지원을 제시했다.
우수상은 둘째 자녀 출산을 중심으로 육아의 사회화 정책을 제안한 송스란(숙명여대 교육학과 박사과정)씨가 받았다. 송씨는 스웨덴 정책을 차용한 한국형 스피드 프리미엄 제도를 제시하며 첫째 출산 후 30개월 내 둘째 자녀를 출산하는 여성에게 소득 150%를 육아휴직 급여로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최우수상에게는 총 550만원, 우수상에게는 350만원의 상금이 지급됐다.
이 밖에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김양이(경희대 무역학과)씨 등으로 이뤄진 잇쁨팀은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연애 세포를 깨우는 게 우선”이라며 “20대 초반들에게 로맨스 장르의 영화·연극 ·전시를 월 1회 5000원 할인해 주는 사업을 제안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할인을 핑계로 데이트 신청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해 청중에게 웃음을 자아냈다. 황진영(고려대 영어교육과)씨가 속한 PPP팀은 MZ세대 중심의 베이비시터 도입을 제안하며 “보육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출산을 두려워하는 MZ세대들에게도 효용성이 있다”며 “아이를 돌보는 경험을 함으로 육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고 스스로 검증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험을 기반한 현실적인 아이디어도 나왔다. 두 자녀를 둔 유영민(충남연구원 행정관리직)씨는 자신을 “MZ세대 중에서도 가장 고령인 ‘탑골MZ”라고 소개하며, 경제적 불안정 해소 및 친출산 문화 형성을 위한 정책적·정서적 기반 조성에 관해 제안했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온라인 데이팅 앱을 활용한 아이디어도 많이 등장했다. 온라인 데이팅 앱과 이민정책을 융합해 국내외 연애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심사가 끝난 후 공동심사위원장을 맡은 정만기 무역협회 부회장은 “MZ세대들이 기대 이상의 좋은 문제 지적과 개선책을 발표해줬다”며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실제 아이를 가진 임신부가 출산을 하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출산 이후 집중된 장려책을 임신부터 지원하는 제도로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자열 무역협회장은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과 소비 인구 감소로 인해 무역과 내수가 위축되고 있다”며 “우리 기업과 사회 구성원 모두 결혼과 출산에 대한 미래 세대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협회도 저출산 관련 정책 건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국가적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는 3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MZ 세대가 지향하는 저출산 극복 대책 논문 경진대회’를 열었다. 사진 무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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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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