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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연금과 보험

두배 더 내고 3년 늦게 받으라고? … 국민연금 개혁안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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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 관계자들이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서 재정계산위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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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의 초안을 마련 중인 재정계산위원회가 연금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 받는 시기를 늦추는 방향을 골자로 한 대안을 제시했다. 현행대로면 32년 후 고갈되는 연금기금의 재정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재정계산위의 이번 제안이 보험료율과 연금 수급 시기, 기금운용 수익률 상향폭 등을 조합해 무려 18개의 시나리오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발표돼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울러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소득대체율 인상안은 명시하지 않은 반쪽짜리 밑그림을 내놔 최종 개혁안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보고서를 토대로 공청회를 거쳐 오는 10월 정부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21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연금 개혁안에 대해 의견을 조율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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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재정계산위는 국민연금 5차 재정계산 기간인 2093년까지 기금 고갈을 막는 데 중점을 둔 18개 연금 개혁 시나리오가 담긴 보고서를 빌표했다. 지난해 11월부터 10개월간 논의한 끝에 마련된 보고서로, 재정계산위는 소득대체율을 현행(2028년 40%)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가정하에 보험료율과 연금 지급 개시 연령, 기금운용 수익률 상향 등을 고려해 18개 시나리오를 내놨다.

재정계산위는 우선 1998년부터 9%로 고정된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매년 0.6%포인트씩 올려 12%, 15%, 18%까지 상향하는 안을 제시했다. 여기에 지급 개시 연령을 2033년부터 5년마다 1세씩 올려 66세, 67세, 68세로 상향하는 3가지 방안을 마련했다. 기금운용 수익률도 현재 예측치인 4.50%에서 0.5%포인트, 1%포인트 인상하는 안을 2가지 내놨다.

하지만 보험료율을 12% 수준으로만 인상하면 어떤 조합으로도 2093년까지 기금을 유지할 수 없다. 2093년까지 기금이 남아 있기 위해선 '보험료율 15%로 인상+지급 개시 연령 68세로 상향+기금운용 수익률 1%포인트 상향'안과 '보험료율 18%로 인상+지급 개시 연령 68세로 상향+기금운용 수익률 0.5~1%포인트 상향'안을 선택해야 한다. 문제는 이 경우에도 보험료율을 15%로 인상하는 안을 선택하면 2093년 후엔 기금이 소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정계산위는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현재 만 60세 미만인 가입 연령 상한을 순차적으로 지급 개시 연령과 일치시키자고 제안했다. 수급 연령이 65세가 되면 가입 상한도 65세로 맞추는 것이다. 또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 불안을 불식하기 위해 '지급 보장 명문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유족연금을 중복 수급하면 타 특수직역 연금과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측면에서 50%까지 상향 지급하는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장애연금도 급 간 형평성을 제고하고, 지급률과 의제가입 기간 등에 대한 제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고서에 언급됐다. 이 밖에 아이 출산 시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하는 '출산 크레딧', 군 복무 기간을 인정하는 '군 복무 크레딧' 확대도 제안했다. 기초연금에 대해선 현재 '소득 하위 70%'인 수급 대상을 일정 기준에 따라 선별적으로 정하고, 소득 하위 계층에 대해선 기초연금 액수 인상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정계산위는 과거 1~4차 재정계산위의 제안과 달리 재정 추계를 진행하는 70년 동안 기금이 고갈되지 않는 방식을 마련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올해 만 18세인 청년이 국민연금에 처음 가입해 90세가 되는 시점에 기금이 고갈되지 않는다는 점을 시나리오로 제시해 연금 수급에 대한 국민 불안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하 재정계산위원장은 "현재 2023~2093년까지 재정계산을 하는데, 70년 동안 적립 기금이 소진되지 않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기본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재정계산위가 필요 이상으로 많은 시나리오를 나열식으로 제시해 오히려 개혁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차 재정계산위는 4가지 방안을 제시하는 등 최대한 단순한 시나리오를 내놨음에도 결국 연금개혁에 실패한 바 있다.

게다가 소득보장론을 주장하는 위원들과 재정안정화를 주장하는 위원들 간 이견으로 소득대체율 인상안에는 소득대체율 인상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실리지 못했다. 소득보장론을 주장하는 남찬섭·주은선 교수는 소득대체율 인상안 반영 여부, 소수안과 다수안 명기 여부 등으로 재정안정론자들과 대립한 끝에 결국 공청회 하루 전날 위원직에서 사퇴했다.

[류영욱 기자 /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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