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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행복합니다, 예~" 평균연령 85세 최고령 래퍼 꿈꾸는 칠곡할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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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밭에 고추 따고 수박밭에 수박 따고 오이밭에 오이 따고 가지밭에 가지 따고 호박밭에 호박 따고 집에 돌아오면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여든이 넘은 할머니가 숨도 안 쉬고 랩 가사를 내뱉습니다.

어제(30일) 경북 칠곡군 지천면 신4리 경로당에서 창단한 래퍼 그룹 '수니와 칠공주'의 리더, 82세 박점순 할머니입니다.

'수니와 칠공주'는 박점순 할머니의 이름 마지막 글자인 '순'을 변형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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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와 칠공주' 할머니들이 랩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가운데 아래쪽이 박점순 할머니. 〈사진=칠곡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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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이 넘은 최고령자 정두이(92세) 할머니부터 최연소 장옥금(75세) 할머니까지 8명으로 구성된 이 그룹의 평균 연령은 85세입니다.

할머니들은 10년이 넘게 칠곡군이 운영하는 성인문해교실에서 한글을 배우고 시를 쓰고 칠곡할매글꼴 제작에도 참여했습니다.

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영화 등 문화 관람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한글 선생님 정우정 씨가 할머니들에게 다른 할머니들이 랩을 하는 영상을 보여준 것이 그룹 결성의 계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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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와 칠공주 랩퍼 그룹 할머니들이 랩을 지도 하는 안태기(아랫줄 왼쪽)주무관과 정우정 선생(윗줄 오른쪽)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칠곡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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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랩을 본 할머니들은 "저게 뭐냐, 노래 같지도 않다"고 웃었지만, 정 씨는 할머니들이 지었던 시 등을 가사로 만들고 랩을 연습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까짓 거, 못할 거 뭐 있냐"며 할머니들도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이들은 '환장하지', '황학골에 셋째 딸', '학교 종이 댕댕댕', '나는 지금 학생이다' 등의 제목으로 배우지 못했던 아쉬움을 표현했습니다.

또 6·25전쟁 당시 총소리를 폭죽 소리로 오해했다는 '딱꽁 딱꽁'과 북한군을 만난 느낌을 표현한 '빨갱이' 등을 통해 전쟁의 아픔도 노래합니다.

고인이 된 깻잎 전을 좋아했던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들깻잎'도 있습니다.

정우정 씨는 "어떤 때는 기분 좋게 하시다가, 어떤 날은 그만하라고도 하셔서 그럼 그걸 랩으로 해보라 하면 "다리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등을 랩으로 또 하신다"며 "랩을 잘하려고하기보다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는 것 같아서 다들 만족하고 즐거워하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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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와 칠공주 랩퍼 그룹 할머니들이 랩을 지도 하는 안태기(아랫줄 오른쪽) 주무관과 정우정 선생(윗줄 왼쪽)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칠곡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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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랩을 배워보려고 하니, 선생님이 필요했습니다. 공무원이 되기 전 아이돌을 꿈꿨던 안태기(왜관읍) 주무관이 할머니들에게 랩을 가르쳐주기로 했습니다.

안 주무관은 2주에 한 번 경로당에 찾아가 할머니들과 랩을 만들고 부릅니다.

안 주무관은 "우리 할머니 생각도 나고, 효도하는 느낌도 들고, 어르신들 새로운 문화도 가르쳐드리는 게 뿌듯하다. 이런 활동이 계기가 돼서 랩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이 다른 문화도 배울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룹 '수니와 칠공주'는 오는 10월 칠곡군 교육문화회관이 1년에 한 번씩 마련하는 성인문해한마당에서 공연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박점순 할머니는 "랩을 배워 보니 좋더라. 지금은 두세 곡 정도 외워서 하는데 좀 더 연습하고 있다. 10월 공연에도 선생님이 가자고 하면 가는 거다. 선생님들 덕분에 우리 할매들이 잘 놀고 있다"며 크게 웃었습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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