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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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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통화정책 '중립금리'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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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경기 변곡점 ◆

미국의 중립금리가 한국보다 최대 1%포인트가량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립금리란 물가와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상적인 실질금리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중요한 참고 지표로 활용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최근 잭슨홀 연례회의에서 중립금리를 강조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한미 간 중립금리를 통한 통화정책 여력을 평가해본 결과 미국은 현실 경제에서의 실질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높아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큰 반면 한국은 실질금리가 중립금리에 못 미쳐 경기 하강 시 정책금리를 내릴 수 있는 통화정책 공간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한미 중앙은행과 연구기관들의 중립금리 추정치를 종합해보면 양국 중립금리 차이는 과거보다 더 커졌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최근 미국 중립금리를 0.6~1.1% 정도로 추정했다. 중립금리 추정에는 생산성, 인구구조 변화 등 경제 기초체력은 물론 정부지출을 위한 국채 발행 등 금융시장 여건도 포함된다.

韓 경제기초체력 약화 美보다 중립금리 낮아

한국 국제금융센터는 미국 연준이 발표하는 점도표상 장기 금리 예측치의 중간값에 물가 목표치(2%)를 차감해 미국 중립금리를 전망했다. 박미정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이 같은 방식으로 추정했을 때 미국 중립금리는 0.5%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 중립금리는 비슷한 방식으로 추정한 결과 0% 안팎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립금리를 추정해본 결과 우리나라 중립금리는 0% 수준이고 단기간에 달라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밝혔다. 연구원 추정치에 따르면 한국 중립금리는 1990년대 후반에는 4%에 달했으나 점진적으로 하락해 글로벌 금융위기 때 0% 선까지 급락했다. 이후 0~1% 사이를 유지하다가 2019년 이후에는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한국 중립금리는 -0.3%로 계산됐다.

실제 실질금리와 중립금리 간 차이를 통해 본 통화정책 여건도 한미 간에 큰 차이가 났다. 연준의 기준금리가 연 5.5%(상단 기준)이고 통화정책 기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을 기준으로 한 근원물가상승률은 6월 현재 4.1%에 달한다. 이를 감안하면 기준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것으로 계산된 실질금리는 1.4%다. 실질금리와 중립금리 간 차이가 작게는 0.3%포인트, 크게는 0.9%포인트에 달하는 셈이다. 실질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높다는 것은 향후 중립금리 선까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한국 기준금리는 3.5%, 7월 기준 근원물가상승률은 3.9%로 집계돼 이를 통해 계산한 실질금리는 -0.4%다. 실질금리가 중립금리(0%)보다 낮은 상황이다. 실질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낮다는 것은 향후 경기 하강 국면이 본격화했을 때 금리를 낮춰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노영우 국제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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