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욕시보다 넓은 면적 소실…사망자 21명, 대부분 튀르키예 국경 넘은 이주민
29일(현지시간) 그리스 에브로스 지역 다디아 국립공원에서 산불이 잡히지 않으면서 새들이 화염과 연기를 피해 날아가고 있다./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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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산불이 11일째 지속하면서 유럽연합(EU) 관측 사상 최악의 피해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보다 넓은 면적이 불에 타 사라졌는데, 산불은 여전히 통제 불능 상태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EU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국은 그리스에서 발생한 산불로 이날 기준 810㎢가 소실됐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605㎢)과 미국 뉴욕(778㎢) 면적보다도 큰 규모다. EU 당국은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이 유럽산불정보시스템(EFFIS) 기록이 시작된 2000년 이래 가장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발라즈 우즈바리 대변인은 "현재 EU 소속 항공기 11대와 헬리콥터 1대, 소방관 407명을 파견해 화재 진압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산불은 지난 19일 튀르키예 국경과 맞닿은 그리스 북동부 에브로스 지역에서 발생했다. 이 산불로 지금까지 최소 21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어린이 2명을 포함, 19구의 시신은 튀르키예 국경 지역으로부터 넘어온 이주민들로 추정된다. 에브로스 지역이 이주민들의 주요 통로로 사용되고 있어 화재 진화 작업이 진행될수록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에브로스에 있는 다디아 국립공원도 이번 산불로 위험에 처했다. 다디아 국립공원은 검은대머리수리 등 희귀 조류 군락지로,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보호구역 중 하나로 꼽힌다. 그리스 소방청은 AFP에 이 공원에서 불길이 여전히 통제 불능 상태라고 전했다. 산림 관리인 도라 스카르티스는 "2011년 큰불이 이 공원을 휩쓴 후에 재생된 모든 것이 최근 며칠간 사라졌다"며 "우리는 거대한 생태 재앙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산불 현장을 지켜보는 그리스 시민들/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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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는 여름철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5월 초부터 10월 말까지를 산불 예방 기간으로 두고, 마른 식물 태우기나 야외 바비큐 등의 활동을 제한한다. 지난달에는 남동부 로도스섬을 시작으로 서부 코르푸섬과 아테네 동부 에비아섬에 대형 산불이 발생한 바 있다. 로도스섬은 산불 발생 열흘 만에 특히 로도스섬의 피해가 가장 컸는데, 산불 발생 열흘 만에 177㎢ 넘는 면적이 불에 타고, 관광객 2만명 이상이 긴급 대피했다.
그리스 정부와 과학자들은 산불이 기후변화로 인해 더욱 악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스에서 올해 현재까지 불에 탄 토지 면적은 2006년 이후 연간 평균보다 3배 더 많다고 AFP는 설명했다. 우즈바리 대변인은 "우리는 산불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지난 몇 년간 수치를 보면 그리 좋지 않은 추세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EU) 회원국 차원에서 더 많은 역할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고의로 불을 지르려는 시도도 잇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바실리스 키길리아스 그리스 시민보호청 청장은 최근 방화범 79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키길리아스 청장은 "아테네 북서쪽 파르니타산에서 새로운 산불을 일으키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며 "'방화범 쓰레기'들이 숲과 재산, 무엇보다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불을 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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