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긴축에 민간 대출 증가세 정체
유로존 총통화량, 7월 전년比 0.4%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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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는 7월 유로존 총통화량(M3)이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했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전월 0.6% 상승에서 둔화된 것으로, 유로존 M3가 감소한 건 2010년 이후 처음이다. M3는 예금, 대출, 유동현금, 금융상품 등을 포함한 유동성 지표 중 하나다. 시중에 유동성이 얼마나 풀렸는지를 보여준다.
민간 부문 대출 성장세 둔화와 예금 감소가 13년 만의 유로존 통화량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민간 부문 대출은 지난달 연율 기준 1.6% 늘어나는 데 그쳐, 2016년 이후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정부 대출도 같은 달 2.7% 줄었다. 2007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예금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가계·기업 예금은 7월 10.5% 감소했다. 가계·기업 뿐 아니라 정부·금융기관 보유 예금을 포함한 전체 예금도 1.6% 빠졌다.
버트 콜린 네덜란드 ING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은행 대출 증가율이 급격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기업 부문 대출이 크게 감소하고, 주택담보대출도 계속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경제 활동은 이미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며 "(긴축적) 통화정책은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취약한 경제 여건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존의 통화량 축소는 지난 1년 동안 진행된 ECB의 고강도 긴축의 결과다. ECB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인상을 지속한 가운데 유로존 경제는 올해 1분기 0.1%, 2분기 0.3% 성장률을 기록했다. 3분기엔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기술적 침체에 빠졌다.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4%, 올해 1분기 -0.1%로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한 데 이어 2분기에도 0%를 기록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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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유로존 통화량이 ECB가 긴축적 통화정책의 여파를 확인하기 위해 눈여겨 보는 지표 중 하나란 점에서 다음달 14일 ECB의 기준금리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오는 31일 발표되는 8월 유로존 물가도 ECB 통화정책의 방향을 좌우할 주요 변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24~26일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광범위한 구조적 변화에 따라 경제를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ECB의 결정은 신중하고 단호하게 데이터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ECB가 다음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한 외신이 최근 70명의 경제학자를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인 37명(53%)이 다음달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3.75% 동결을 예상했다. 픽텟자산관리의 프레데릭 뒤크로제 거시경제 리서치 수석은 "기업, 특히 가계의 신용(대출) 증가세가 붕괴되면서 상황이 악화되는 것처럼 보인다"며 "ECB가 금리인상을 곧 중단할 수 있다. 중단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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