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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86’ 번호 전화 쇄도…日 단체여행 취소, 불매운동까지 [오염수 방류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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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일대사관 “일본어로 크게 말하지 말라”

야마구치 공명당 대표, 중국 방문 취소

헤럴드경제

일본이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한 다음날인 25일 긴 대기줄을 자랑했던 홍콩의 한 초밥 식당 앞이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다.[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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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개시 이후 중국 내 반일 감정이 격화되고 있다. 중국에서 걸려온 것으로 보이는 협박성 국제전화가 쏟아지는가 하면, 일본 상품 불매운동도 확산할 조짐이다. 주중 일본대사관은 중국 내 자국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27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86(중국 국제전화 번호)’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항의성 전화가 일본에 빗발치고 있다. 후쿠시마 당국은 물론이고 민간 의료기관, 음식점, 학교를 가리지 않는 추세다.

한 음식점 주인은 매체에 “중국에서 걸려온 전화가 24일(오염수 방류 시작일)부터 사흘간 40~50건 있었다”며 “처음엔 ‘모시모시(여보세요)’ 등 일본어로 운을 떼지만 뒤엔 중국어로 이야기했다”고 토로했다.

중국 언론들도 자국 내 여론 악화를 앞다퉈 전하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소비자들이 핵 폐수를 방류한 일본의 이기적 행위에 대응해 화장품 등 일본 제품에 거부감을 표하고 있다”면서 “SK-II, DHC 등 유명 일본 화장품 브랜드와 후지, 파나소닉 등 일본 전자·가전 브랜드 등 블랙리스트가 공유되며 반일 감정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여행도 취소하는 분위기다. 상하이 소재 경제신문인 제일재경은 지난 10일 일본 단체여행 허용 이후 급격히 늘었던 일본 관광 상품이 씨트립 등 중국 온라인 여행 사이트에서 속속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최근 사흘간 일본 단체 여행 취소 요청이 쇄도했다”며 “중국 최대 연휴 중 하나인 국경절(10월1일) ‘대목’에 일본 여행을 하려던 사람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국의 예상 외 강력한 반발에 일본 정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중 일본대사관은 26일 중국에 체류 중인 자국민들에게 “외출 시 언행을 신중히 하고, 일본어로 크게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정도에 이르렀다.

외교 일정도 취소됐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친서를 전달하기 위해 일본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가 28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계획을 연기했다. 중국 측에서 “직면한 중일 간 상황을 고려할 때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며 에둘러 일정을 취소하면서다.

한편 중·일간 극한 대치 상황을 틈타 어부지리를 노리는 국가도 있다. 러시아는 오염수 방류로 중국 수산물 시장에 대한 자국 업체의 수출 전망이 밝아졌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지난해 전체 수산물 수출액(3873억엔) 중 42.5%(본토 22.5%·홍콩 19.5%)가 중국으로 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에 따른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CNBC에 따르면 러시아 식품 안전 감시 기관인 로셀호즈나드조르는 25일(현지시간) 앞으로 중국에 수산물을 수출할 업자를 더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러시아 894개 업체가 명태, 청어, 가자미, 정어리, 대구, 게 등의 절반 이상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로셀호즈나드조르 이날 성명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선박 수, 제품 양과 범위 늘리고자 한다”면서 러시아 수산물 공급 규정에 대한 중국과의 협상이 곧 완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 자국으로 들어오는 일본산 해산물에 대해서도 “수입량은 미미하지만 심사를 강화했다”며 “뿐만 아니라 후쿠시마와 가까운 러시아 해역에서 잡힌 해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도 강화했다”고 언급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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