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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더스페셜리스트] 뇌 사진으로 성격 유형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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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FP, ISTJ 등등 16가지 유형별로 자신의 성격을 알아보는 MBTI 인기 그야말로 뜨거운데, 뇌과학계의 반응은 차갑습니다.

과학적인 근거 찾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MBTI는 뇌에 떠오르는 대로 빠르게 결정하는 직관적인 성향을 N,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분하게 분석하는 성향을 S라고 나누지만, 실제로 뇌 MRI를 찍어보면 구분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타석에서 투수가 던진 공을 칠지 말지 결정할 때 직관 N과 분석 S 성향의 차이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단지 오랜 기간 훈련받은 선수들이 일반인보다 훨씬 많은 뇌 부위를 활용한다는 것만 드러납니다.

의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성격 유형이 있다면 좋겠죠.

그래서 많은 연구들이 시도됐습니다.

그 중 심리 전문가의 권위 있는 검사를 통해 성격을 5가지로 나눈 것이 지금까지 의학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성격 유형입니다.

미국 듀크대가 일반인 1천330명을 외향성, 주의와 성실성, 경험 개방성, 친화성, 신경성 이렇게 5가지로 나눈 뒤 이들에게 뇌 CT와 뇌 MRI로 뇌의 구조가 어떤지, 그리고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측정했습니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뇌의 구조와 작동 방식은 5가지 성격 모두 비슷했습니다.

성격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유전자들이 사회 문화적 환경 그리고 개인의 경험에 따라 제각각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성격을 구분하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이 과정에서 중요한 발견이 있었습니다.

뇌 MRI에는 성격은 보이지 않았지만 자존감이 존재를 드러낸 것입니다.

심리 검사에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변연계,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그리고 논리적으로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을 하는 전전두엽이 더 활성화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자존감이 높으면 타인과의 관계가 원만하고 기억력과 학습 능력이 좋아 어릴 때는 공부를 잘하고 나이 들어서는 치매에 덜 걸리게 됩니다.

게다가 차분한 상황 판단으로 욱하는 행동도 억제할 수 있게 됩니다.

자존감은 스스로 마음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원효대사의 말씀은 현대 뇌과학으로 입증된 셈입니다.

하지만 자존감이 훼손되는 환경이 있습니다.

어린이·청소년 시절 폭력에 자주 노출되는 가정, 공부 잘하는 아이만 인정받는 획일적인 학교는 자존감을 낮춰줍니다.

자존감이 낮으면 자살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최근 연구에서는 타인에 대한 폭력의 밑바닥에도 바로 낮은 자존감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자신을 먼저 존중하고 용서해야, 남을 존중하고 용서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됩니다.

(기획 : 이호건, 구성 : 박정현, 영상취재 : 박진호·조창현, 영상편집 : 오영택·이승진, CG : 임찬혁)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dongchar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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