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처럼 월급은 제자리걸음 하는데, 빠져나가는 돈은 늘었다고 체감하는 경우가 많다. 치솟은 물가에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 다만 고소득층은 ‘보복 소비’를 늘렸다.
김경진 기자 |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9만3000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0.8% 줄었다. 2021년 2분기(-0.7%) 이후 7분기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다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소득에서 물가 상승 영향을 뺀 실질 소득은 3.9% 감소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6년 이후 가장 많이 쪼그라들었다.
실제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든 건 다락같이 오른 물가 때문이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은 5.1%였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다. 2011년 이후 연간 물가 상승 폭은 3%를 넘긴 적이 없었는데, 지난해 큰 폭으로 뛰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막대한 돈이 풀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다.
소득은 줄었는데 씀씀이는 오히려 커졌다. 2분기 지출은 365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4.1% 늘었다. 방역 완화에 따른 오락·문화(14.0%) 지출이 가장 많이 늘었다. 외식 물가 상승을 반영한 음식·숙박(6.0%), 전기·가스요금 등 냉·난방비를 포함한 주거·수도·광열(7.4%) 지출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특히 세금과 국민연금 같은 사회보험료, 이자비용 등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비소비지출’이 96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8.3% 증가했다. 비소비지출에서 주목할 만한 항목은 이자비용(13만1000원)이다. 1년 전보다 42.4% 폭증해 비소비지출의 13.7%를 차지했다. 한국은행이 2021년 8월 이후 10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한 여파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실제 쓸 수 있는 돈)은 383만1000원이었다. 1년 전보다 2.8% 줄었다. 2006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 지출이 큰 적자 가구 비율(23.0%)은 같은 기간 0.2%포인트 늘었다. 소득통계 권위자인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처분가능소득 감소는 소비 둔화로 이어져 서민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 월평균 소득은 111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0.7% 줄었다.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 월평균 소득은 1013만8000원으로 같은 기간 1.8% 줄었다. 빈부 격차 수준을 나타내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34배로 지난해 2분기(5.60배) 대비 완화했다.
‘보복 소비’는 고소득층에 해당하는 얘기였다. 5분위 가구는 외식·여행 등 음식·숙박(16.0%), 자동차 구매, 항공료 등 교통(14.5%)에 지출하는 등 소비를 3.9% 늘렸다.
반면 1분위 가구는 식료품·비주류 음료(19.5%), 주거·수도·광열(19.5%), 보건(12.9%) 등 소비를 0.5% 늘렸다. ‘먹고, 놀고, 여행가는’ 소비를 늘린 고소득층과 살아가는 데 필수 소비를 늘린 저소득층이 대비됐다.
정원 기획재정부 복지경제과장은 “코로나19 지원금 지급 효과가 줄고 물가가 올라 실질 소득이 뒷걸음쳤다”며 “취약계층·소상공인 부담을 완화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환 경제부 기자 khkim@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