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일로 페도로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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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도심을 비롯해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드론 공격을 부쩍 늘리고 있다. 모스크바는 23일(현지시간)까지 6일 연속 드론 공격을 받았다. 지난 19일에는 러시아 노브고로드주 공군기지에 있던 러시아군 초음속 전략 폭격기가 드론 공격을 받아 파괴됐다. 앞서 지난 4일에는 흑해 항구도시 노보로시스크의 러시아 군함과 크름반도 인근 케르치해협의 러시아 유조선이 우크라이나 수상드론의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력의 절대적 열세를 만회하고자 비교적 저렴한 무기인 드론 전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왔다. 우크라이나 드론은 전황을 바꿀 정도의 파괴력은 없으나 러시아군의 동향을 정찰하고 ‘권력 중심지’ 모스크바 등 러시아의 아픈 곳들을 찌르며 러시아를 괴롭히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드론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지난 5월 영국 싱크탱크 로열유나이티드서비스는 전장에서 파괴되는 우크라이나 드론의 숫자가 하루에 300대 이상, 매달 약 1만대에 달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 르몽드에 따르면 무게 20g짜리 소형 드론부터 2t짜리 대형 드론까지 프랑스군이 보유 중인 드론을 모두 합쳐도 3000대에 불과하다.
이처럼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차지하는 ‘드론 전쟁’을 이끄는 것은 올해 32세인 미하일로 페도로우 부총리 겸 디지털전환부 장관이다. 페도로우 장관은 드론 제조 및 조종사 양성 과정에서 정부와 민간기업의 협력을 제도화한 ‘드론 군대’(Army of Drone) 프로그램의 책임자다.
개전 당시 우크라이나에는 군에 드론을 납품하는 업체가 7개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군에 직접 납품하는 40개를 포함해 80개 이상 기업이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
페도로우 장관은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고 민간기업에 돌아가는 혜택은 늘렸다. 계약 체결에 걸리는 기간이 과거 1년에서 6주로 단축됐다. 그는 또 드론 판매에 따른 기업의 이익률을 최대 1%에서 25%로 늘려줬다.
우크라이나는 드론 조종사들을 신속하게 양성하기 위해 사설 드론 학교도 허가했다. 정부는 드론 조종사 1명당 170파운드(약 28만원)를 사설 학교에 지원한다. 이 같은 ‘드론 군대’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한 해 동안에만 1만명의 드론 조종사가 배출됐다. 페도로우는 연말까지 숫자를 2만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12개 드론 공격 부대를 운용 중이다. 각 부대에 병사 65명이 배속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페도로우는 1991년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 바실리우카에서 태어나 자포리자 국립대를 졸업했다. 스물두살 때인 2013년 소규모 기업들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광고를 담당하는 스타트업 SMM스튜디오를 설립했고, 2014년에는 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탈락했다.
이후 회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배우 시절 설립한 엔터테인먼트 제작사 ‘크바르탈 95’와 거래를 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2019년 대선 당시 젤렌스키 후보 캠프의 디지털 고문을 맡은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청년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 데 기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대선 승리 후 당시 스물여덟살이었던 페도로우를 신설 부처인 디지털전환부 장관에 임명했다.
기술 전문지 와이어드는 “페도로우가 이끄는 디지털전환부는 스타트업처럼 운영됐다”면서 “장관은 테크 기업 창업자처럼 입고 말하며 부처 전체가 실험에 열려 있다”고 평가했다.
애초 디지털전환부는 행정 업무의 전산화 등 전자 정부를 구축하는 사업을 전담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면서 IT 기술을 활용한 전쟁 지원과 드론 등 무기 조달로까지 소관 범위가 확대됐다.
페도로우는 복잡하고 느린 관료 조직의 한계를 넘어 민간 부문의 협력을 신속히 끌어내는 데서 역량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지털전환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텔레그램 채널 ‘우크라이나의 IT 군대’를 개설해 우크라이나는 물론 전 세계에서 러시아군을 해킹할 해커들을 모집했다. 이어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미국 테크기업들에 러시아의 접속을 차단해달라고 압력을 넣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는 위성인터넷서비스인 스타링크 지원을 요청했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드론 조종사가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을 장착한 드론을 개발 중이다.
페도로우는 지난달 영국 주간지 스펙테이터에 “우리가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직후의 영토를 탈환하기 전까지 드론은 항상 부족할 것”이라면서 드론 생산에 지속적으로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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