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측 “경찰 수사 석연치 않아”
지난달 20일 오후 신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 추모행사에서 추모객들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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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교사가 ‘학부모 갑질’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갑질 의혹’으로 지목된 ‘연필 사건’ 관련 민원을 제기한 가해 학부모가 현직 경찰 간부와 검찰 수사관 부부라는 주장이 나왔다.
유족은 학부모의 직업이 확인되자 경찰이 최근까지도 “범죄 혐의점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한 점을 지적하며 “경찰 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경찰은 “외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앞선 22일 뉴시스 등에 따르면 유가족 측 법률대리인 문유진 변호사는 “(연필 사건의) 가해 학생 학부모가 선생님에게 자신이 간접적으로 경찰임을 밝히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17일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2년차 교사 A씨가 숨지기 직전에 연락을 주고받은 이른바 ‘연필 사건’의 가해 학생 어머니와 아버지가 각각 경찰청 소속 현직 경찰관(경위)과 검찰 수사관이라는 전언이다.
‘연필 사건’은 지난달 12일 A씨 반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긁으면서 발생했다. A씨는 숨지기 전 학교에 10차례 업무 상담을 요청한 바 있는데, 상담을 요청한 기록에 ‘연필 사건’이 언급됐다. 상담 요청 내용을 보면 ‘연필 사건이 잘 해결됐다고 안도했으나,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번 전화해서 놀랐고 소름 끼쳤다고 말했다’고 적혀 있다. 동료교사가 이때 겪은 학부모 민원이 고인의 사망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제보하면서 경찰 수사로 확대됐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 학생의 어머니인 경찰관은 A 교사가 숨지기 6일 전 업무용 휴대전화로 A씨와 통화를 주고받고,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가해 학생 아버지인 검찰 수사관도 이튿날 학교를 방문해 A 교사와 면담을 했다고 유족 측은 밝혔다.
문 변호사는 “선생님(고인)은 어머니가 경찰인 것을 안 상태에서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들었으니 확인이 필요하다. 우리 애 평판이 뭐가 되느냐’고 들으면 압박을 받지 않았겠느냐”고 설명했다.
유족 측은 ‘갑질 의혹’ 당사자가 경찰관으로 확인되자 경찰 수사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통화내역 등을 살펴봤는데, 학부모가 고인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로 직접 전화한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종합적으로 봤을 때 사망 동기, 과정과 관련해 범죄 혐의가 포착되는 부분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문 변호사는 “고인의 휴대전화 수발신 목록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아직 수사 중이어서 줄 수 없다고 한 게 경찰”이라며 “그런데 (학부모의) 혐의가 없다는 발표는 왜 했는지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한편 갑질 의혹 학부모의 직업이 확인되자 일각에서는 경찰의 발표가 수사 외압이나 제 식구 감싸기의 결과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그러나 경찰은 수사외압이나 제 식구 감싸기 의혹에 대해 완강히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경찰관은 고위직이 아닌 데다, 직접 수사하는 부서에서 근무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수사에 영향을 줄 만한 위치와 자리에 있지 않기에 외압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해당 경찰관의 직급은 경위로, 특채 출신이다. 경위는 과거 파출소장 등 간부급으로 분류되기도 했었지만, 현재는 경위가 너무 많아 실무자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애초 수사에 대한 불신을 경찰 스스로 초래한 지적도 나온다. 사건 발생 초기 한 언론에 A씨의 우울증 정황이 담긴 일기장이 보도되면서 경찰이 A씨의 죽음을 우울증으로 몰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언론 보도의 경위는 아직 알지 못한다”면서 “사건의 진상 규명에 초점을 맞춰 수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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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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