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대비 35% 늘어 1.4조
다중채무자가 주로 이용하는 카드론 잔액이 한 달 새 5500억 원가량 급증했다. 고금리 카드론을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늘어나면서 카드사 대환대출도 급격히 증가했다. 돈을 빌리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한계 상황에 도달한 차주들이 늘어나고 있어 카드사들의 건전성에도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5조3952억 원으로 6월(34조8468억 원) 대비 5483억 원 증가했다. 돈이 급한 금융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연체율이 오른 저축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수요가 카드론에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론 금리는 15% 안팎으로 법정 최고금리에 육박하지만 주로 중·저신용자가 사용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회사별로 리스크 관리 판단에 따라 대출을 늘리거나 줄이는 것으로 안다”며 “저축은행 등 타 업권에서 대출 규모를 줄이면서 유입된 자금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환대출 잔액도 늘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7월 기준 대환대출 잔액은 1조4083억 원으로 지난해 말(1조460억 원)보다 약 34.6% 증가했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카드론을 연체했거나, 연체할 우려가 있는 차주에게 채무액을 다시 빌려주는 제도다. 대출금 상환이 어렵거나 연체가 된 차주들에게 신청을 받아 각 사에서 심사 후 카드론으로 대환하거나, 중·저신용자 전용상품인 햇살론 등으로 갈아타도록 해 연체를 막고 상환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중·저신용자들이 카드사 대출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이자 부담으로 한계에 부딪힌 차주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가 리볼빙이다.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은 당장 돈을 갚을 여력이 없는 차주들이 많이 이용하고, 금리가 약 20%에 육박하는 만큼 리볼빙의 증가는 카드사들에게 통상 연체 증가로 이어져 건전성에 악영향을 준다. 8개 전업 카드사의 7월 말 기준 리볼빙 잔액은 7조3090억 원으로 전월 대비(7조2697억 원) 393억 원 증가했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 연속 증가세다.
금융감독원은 하반기 카드사들에게 부실채권 매각, 채무 재조정 등을 통한 자산건전성 관리를 지도하고,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발행 시장 및 카드사 유동성 상황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저신용자나 취약차주에 대한 자금 공급도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여러 측면에서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투데이/정상원 기자 (jsw@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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