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명자 “승진제도 없어지며 판사 유인책 사라져”
지난해 인터뷰서 사법개혁 방향에 부정적인 입장
김명수 대법원장(왼쪽)과 이균용 신임 대법원장 지명자(오른쪽).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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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대법원장에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61)를 22일 지명하면서 사법농단 사태 이후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진해온 사법개혁이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 대법원장은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를 계기로 법원 안팎에서 비등해진 사법개혁 요구 속에 2017년 9월 취임했다. 사법농단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를 시도하고 재판에 개입해 법관 독립을 침해한 사건이다. 이후 이뤄진 사법개혁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을 내려놓고 법관 관료화를 타파하는 게 핵심이었다. 김 대법원장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제시권을 폐지하고 법원장 후보 추천제·사법행정자문회의를 도입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 등도 추진했다.
이 지명자는 김명수 대법원의 이같은 사법개혁 방향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법원도 승진제도를 통한 기능체 역할을 명백히 수행할 때가 있었는데 고등법원 부장 제도가 없어지면서 자신을 희생하며 재판에 몰입하는 판사들에게 유인책이 사라졌다”며 “법원 안에 구성원들만 만족하는 공동체화가 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봤으면 한다”고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지명자가 대법원장이 되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나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면서 “관료화 문제 때문에 여러 논의 끝에 이뤄진 개혁인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논란이 일 것”이라고 했다.
이 지명자가 사법농단에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도 있다. 2017년 전국 법원 판사들이 판사회의를 열어 사법농단에 대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나설 때 일선 판사들과 충돌했다. 당시 서울남부지방법원장이었던 이 지명자는 일본 판례를 제시하면서 “(판사회의가) 의결사항을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리면 안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명자는 2018년 “재판 거래 의혹은 합리적인 근거가 없고 사법부가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법원장 35명 중 1명이었다. 일선 판사들이 검찰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촉구한 것과 대비되는 태도였다. 이 지명자는 2021년 사법농단으로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판사 사건의 2심 재판장을 맡아 무죄를 선고했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일 때 사법농단을 수사하고 기소했다.
이 지명자가 이미 정착된 사법개혁 제도를 쉽사리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변화된 제도의 상당수는 전국 법원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의결해 요구한 것이다. 대법원장 권한을 강화하고 관료화 체제로 돌아간다면 일선 판사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폐지는 법관 인사 현실상 필요한 측면이 있고 이미 정착돼 부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일선 판사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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