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90달러 목전...국내 휘발유·경유값도 덩달아 '껑충'
국제유가 상승에 수입물가도 꿈틀...2%대 물가 상승률 비상
겨우 흑자 전환한 무역수지 다시 적신호..."악영향 끼칠 듯"
국제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가격이 빠르게 치솟으면서 한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유가 오름세는 수입 물가를 자극해 안정돼 가던 소비자물가를 다시 들썩이게 할 수 있다.
에너지 수입액도 급증할 수밖에 없어 간신히 흑자로 돌아선 무역수지가 다시 적자 반전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WTI 7주 동안 20% 올라...경유·휘발유 동반 고공행진
20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OPEC+(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의 협의체)의 원유 감산 소식에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까지 겹치면서 국제 유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러시아의 주요 석유 수출항이 있는 흑해 주변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간의 공방이 격해지는 점도 유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18일(현지시간) 9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보다 86센트(1.1%) 상승한 81.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0월물 북해 브렌트유 선물은 68센트(0.8%) 오른 배럴당 84.80달러를 기록했다. WTI와 브렌트유는 지난 11일까지 약 7주 동안 각각 20%, 18% 뛰었다. 같은 날 기준 국내 소비가 많은 두바이유는 배럴당 85.41달러로 90달러대에 가까워진 상태다.
이에 따라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8월 셋째 주 기준 ℓ당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주 대비 32.7원 오른 1727.7원이다. 경유 평균 가격은 전주 대비 62.3원 급등한 1588.3원으로 집계됐다. 휘발유와 경유 평균 가격은 주간 기준 6주째 동반 상승 중이다.
우려스러운 건 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이 겹쳐 국내 석유제품 가격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국제 유가가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2~3주가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기름값 오름세 역시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유가 치솟자 수입 물가 '비상'...소비자물가 자극하나
국제 유가 오름세는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수입 물가를 끌어올린다. 수입 물가는 통상 한 달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두 달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안정세에 접어든 소비자물가가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수입물가지수는 130.44(2015=100)로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지난 4월 전월 대비 0.4% 상승했던 수입물가지수는 5월(-3.1%)과 6월(-3.9%) 두 달 연속 내리막이었다.
그러나 최근 유가가 치솟기 시작하면서 수입물가지수도 석 달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유성욱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국제 유가 상승 영향으로 광산품, 석탄·석유제품 등이 오르면서 수입 물가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제 유가 상승세 등을 반영해 올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존 전망(3.4%)보다 높은 3.5%로 상향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최근 유가가 많이 올랐다"며 "전기요금보다 유가가 물가 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만큼 (전망치를) 조금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겨우 흑자 전환했는데...뛰는 에너지 가격에 무역적자 우려↑
가까스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무역수지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제 유가가 계속 오르면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액도 급증할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난 6~7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액은 10개월째 줄었지만, 원유 등 에너지 원자재 가격 하락 영향으로 수입액이 더 크게 줄면서 흑자 행진이 이어졌다.
반대로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회복 국면이던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관세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8월 1~10일 수출입 현황'을 보면 이 기간 수출은 13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3% 줄었다. 같은 기간 수입은 16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0.5% 감소했다. 이에 따라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3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통상 여름 휴가철에는 생산 감소와 유류 소비 증가 등으로 무역수지가 적자 기조를 보인다. 여기에 최근 유가 상승까지 맞물리면서 이달에는 다시 무역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여름에는 계절적 요인으로 무역수지가 어려운 상황을 보이는데 국제 유가까지 크게 오르고 있어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조아라 기자 abc@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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