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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치명적인 비흡연 폐암, 3세대 표적 항암제로 치료 패러다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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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위험성과 최신 치료 전략

폐암은 부동의 암 사망률 1위다. 폐암으로 진단받고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36.8%에 불과하다. 예전보다는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치료가 힘들다. 비흡연자도 안심하긴 이르다. 담배를 피우지 않더라도 대기 오염, 라돈·석면 노출, 음식 조리 시 나오는 연기 흡입 등으로 폐암에 걸린다. 흡연율이 줄었어도 폐암 발병률은 줄지 않는 이유다. 최근엔 국산 폐암 표적항암제가 진료 현장에 쓰이면서 폐암 생존 기간을 유의미하게 연장했다. 폐암의 성장·증식에 관여하는 EGFR 변이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차단한다. 한국인에게 치명적인 비흡연 폐암의 위험성과 최신 치료 전략을 소개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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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은 암 중에서도 치료가 까다롭다.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암세포가 광범위하게 퍼진 후 뒤늦게 발견한다. 폐암 환자 대부분은 첫 진단 때 이미 암세포가 뇌·뼈 등 다른 장기로 광범위하게 퍼져 수술이 불가능한 3~4기 폐암이다. 기침·호흡곤란 등 증상이 나타났을 땐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다. 진단이 늦어지면서 암 치료 성적도 낮다. 폐암 사망률이 높은 이유다.



흡연 경험 없는 여성 폐암 증가 추세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만 폐암에 걸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물론 흡연이 폐암의 강력한 위험 인자인 것은 맞다. 그런데 한국은 비흡연 폐암 발병률이 높은 국가다. 흡연 경험이 없는 여성의 폐암 발생이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국내 흡연율은 2001년 30.2%에서 2021년 19.3%로 줄었지만, 여전히 폐암은 한국에서 두 번째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종양내과 홍민희 교수는 “최근엔 흡연율이 높은 남성보다는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가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폐암 발병이 증가하는 원인으로 흡연 이외에 직업·환경적 요인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의료계에서는 비흡연 폐암 환자의 70%에서 발견되는 EGFR 변이에 주목한다. 한국은 EGFR 등 유전자 변이로 폐암이 발생하는 비율이 30% 이상으로 높다. 암세포 성장·증식에 관여하는 EGFR 변이는 대기 오염이나 라돈·석면 등 일상 속 발암 물질 노출, 음식을 조리할 때 나오는 연기(조리흄·cooking fume), 미세먼지 등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측한다. 2022년 영국 유전체 연구단이 조리흄, 미세먼지 등이 EGFR 유전자 변이를 유발해 암을 생성한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ALK·ROS1·KRAS 등 다양한 유전자 변이가 폐암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한국을 비롯한 일본·중국·대만 등 동양인은 EGFR 변이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전체 폐암의 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EGFR 변이가 있는 비율이 서양인은 20~25% 정도지만, 동양인은 40~55%로 높은 편이다. 그만큼 비흡연 폐암이 흔하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의 절반 정도가 EGFR 유전자 변이로 폐암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된다. 특히 여성 폐암 환자의 87.8%는 흡연 경험이 없었다는 연구도 있다. 비흡연자라도 가족력이 있으면서 직업·환경적으로 폐암 발병 위험이 높고 기침·가래 등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저선량 폐CT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뇌 전이 폐암 성장·증식도 억제



한국인에게 많은 EGFR 변이 폐암은 EGFR 유전자를 타깃으로 한 표적항암제로 암세포의 성장·증식을 억제해 치료한다. 최근엔 암 치료 성적을 높여 생존 기간을 늘리기 위해 1차 치료부터 EGFR에 좀 더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3세대 EGFR 표적항암제를 쓴다. 처음부터 가장 효과가 좋은 표적항암제로 폐암을 잡는 전략이다. 특히 올해 6월에는 국내에서 개발한 폐암 신약(렉라자)이 글로벌 임상에서 효과·안전성을 입증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차 치료제로 확대 허가됐다. 기존에는 1·2세대 EGFR 표적항암제를 쓰다가 약제 내성을 획득한 다음에야 3세대 약으로 바꿔 투약했다.

렉라자는 LASER301 임상에서 1차 평가 변수인 무진행 생존 기간(PFS)의 중앙값이 20.6개월로 1세대 EGFR 표적항암제인 게피티니브(9.7개월)와 비교해 암이 커지지 않고 치료에 반응하며 유지되는 기간을 2배 이상 늘렸다는 점을 입증했다. 특히 강력한 항종양 효과로 L858R·T790M 등 EGFR 2차 돌연변이 종류와 관계없이 일관성 있는 암 치료 효과를 보였다.

암세포가 폐에서 뇌로 전이됐을 때에도 치료 효과를 보이는지 살펴야 한다. EGFR 변이 폐암은 암세포가 뇌로 잘 전이된다. 첫 진단 당시 뇌 전이를 동반할 확률이 20% 이상이다. 뇌 전이가 없더라도 3년 정도 지나면 절반 정도는 뇌 전이를 겪는다. 뇌 전이로 두통·구토 같은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하면 예후가 불량하다. 따라서 표적 치료로 뇌 전이를 초기에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렉라자 등 3세대 표적치료제는 혈관·뇌 장벽(Blood-Brain Barrier)을 통과해 뇌까지 퍼진 암세포의 성장·증식도 억제한다. 홍민희 교수는 “뇌 전이, L858R 등에도 효과를 보이는 3세대 EGFR 표적항암제를 1차 치료부터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한국인에게 많은 EGFR 변이 폐암을 더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권 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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